이무성 전남대학교 응용화학공학부 교수, 논설위원

미국의 코닥이나 일본의 소니처럼 과거의 영광을 뒤로한 채 파산과 쇠퇴의 길을 걷는 기업들을 보면 생로병사의 인간사와 매우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DVD 플레이어, 자동차 열쇠 등 생활을 편리하게 해줬던 기술들 역시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산업과 기업들은 이처럼 태동기·성장기·성숙기를 거친 후 소멸해가지만 창의와 혁신의 과정을 통해 새로운기술과 산업으로 전환하면 새 생명을 얻기도 한다. 삼성이 소비재 기업에서 세계 최고의 전자회사로 변신한 것이나 데스크탑 PC가 노트북을 거쳐 스마트폰·태블릿으로 진화한 것도 생명 연장의 하나이고 창조적 변화의 한 형태라 할 수 있다.

이처럼 기술에는 단계가 있기 때문에 제품이나 기술을 개발할 때 현재의 수준을 엄격히 평가하고 그것의 장·단점, 기회, 위협 요인들을 분석하는 'SWOT' 평가과정을 거친다. 엄격한 검증단계를 거쳐 제시되는 기술들도 항상 예측대로 전개되지는 않으며 미래에 어떤 기술이 현재의 스마트폰과 같은 위치를 차지할지 장담하기가 쉽지는 않다.

전문가가 아니어도 사회에서 회자되는 단어들로부터 기술과 산업의 추세를 파악할 수 있다. 녹색, 에너지, 웰빙, 힐링 등의 단어로부터 '환경과 자원을 고려한 인간중심의 기술'이라는 향후 전개방향을 엿볼 수 있다. 또 혁신·창의·원천·융합 등의 단어에서는 관련 산업기술의 치열한 경쟁과 연구개발자나 기업가가 지녀야 할 자세의 변화도 파악할 수 있다. 결국 창의와 융합의 자세로 향후 산업기술을 탐색하고 개발하는 것이 미래산업의 도출과 전개에 핵심이 된다.

의사결정과 정책실행 단계에서 협력을 뜻하는 '협치'를 앞세운 원희룡 당선인이 앞으로 4년간 제주도정을 이끌게 됐다. 농축수산업과 관광업으로 양분되는 제주의 경제 구조에 미래산업을 더하겠다는 당선자의 공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제주도가 불경기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는 것은 중국관광객의 대거 유입에 따른 활성화 때문이고 이들의 소비와 투자에 의해 제주 경제가 중단기적으로 활력을 유지할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사태, 한중 FTA, 세월호 참사 등의 사례에서 보듯이 1차와 3차 산업은 제어하기 곤란한 외부 요인에 의한 영향을 크게 받으며, 언제까지 이들 분야에서 우위를 유지할지도 명확하지 않다.

기술과 가치중심의 미래산업은 제주도의 지속 성장을 담보할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제조업 기반이 미미하고, 장기적인 기술개발 비용을 조달할 기업들이 없는 상태에서 어떤 기술을 누가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명확하게 제시돼 있지 않다. 지자체들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대구의 밀라노프로젝트, 부산의 신발산업, 광주의 광산업 육성등과 같은 대규모 산업육성책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주된 이유로 계획단계에서 기존의 산업구조에 너무 얽매었고 미래 전망이 너무 부풀려 졌음이 지적된다. 지역 내 전문가 집단의 독점욕과 비전문성에 대한 비판도 많다.

사람이 제구실을 하려면 제대로 키워야 하듯이 구호만으로 산업이 육성되지는 않는다. 미래산업은 단순한 제품이나 기술 개발의 수준을 넘어 미래사회에 대한 비전과 전망을 토대로 설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계획단계에서 실행단계까지 다양한 산업 분야의 종사자가 참여하는 토론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미래산업이 ICT 융합기술로 기반으로 전개될 것이 자명하므로 인터넷기업 다음과 같은 이주 기업의 참여와 이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협치의 정신이 진정 필요하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