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호주에 3-2로 힘겹게 승리

▲ 19일(한국시간)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리의 베이라히우 주경기장에서 열린 조별리그 B조 2차전 네덜란드와 호주의 경기에서 네덜란드의 아리언 로번이 선제골을 넣고 있다. (AP=연합뉴스)
첫 경기 완승으로 긴장이 풀어졌을까. 아니면 '무적함대'가 생각보다 훨씬 낡아 있었던 걸까.
 
2014 브라질 월드컵의 초반을 강렬한 이변으로 장식한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가 두 번째 경기에서 정반대의 실력을 보이자, 전 세계 축구팬의 뇌리에 새겨진 느낌표(!)도 물음표(?)로 살짝 구부러졌다.
 
네덜란드는 19일(한국시간)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리의 베이라히우 주경기장에서 열린 조별리그 B조 2차전에서 호주를 3-2로 꺾었다.
 
조별리그에서 먼저 2승에 선착했고, 이어진 같은 조 경기에서 스페인이 칠레에 지면서 16강 진출을 확정 지었다는 점에서 기본적인 목표는 이뤘다.
 
그러나 1차전에서 보여준 환상적인 경기력을 떠올린다면 실망스러운 내용으로 더 많았던 90분이었다.
 
앞서 네덜란드는 지난 대회 우승국인 스페인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인 끝에 5-1로 승리하며 세계 축구의 판도 변화를 웅변했고, 단숨에 강력한 우승 후보로까지 떠올랐다.
 
이날 시차와 상관없이 TV 앞으로 모여든 축구팬들은 스페인보다 약한 전력의 호주를 상대로 한 번 더 오렌지 군단의 거침없는 공격을 감상할 것을 기대했다.
 
아리언 로번(바이에른 뮌헨)이 전반 20분에 특유의 폭발적인 스피드를 뽐내며 골을 터뜨릴 때만 하더라도 이 기대는 현실이 되는 듯했다.
 
그러나 이날 경기 전까지 네덜란드와 세 번 맞붙어 한 번도 패하지 않은 호주는 이후 오히려 상대를 압도했다.
 
불과 1분 만에 센터서클 부근에서 넘어온 공을 호주의 간판 공격수 팀 케이힐(뉴욕 레드불스)이 왼발 논스톱 발리슛으로 연결, 로번보다 더 인상적인 골을 만들어냈다.
 
이후 네덜란드는 명성과 달리 고전하면서 호주와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벌였고, 후반 23분 예상치 못한 멤피스 데파이(에인트호번)의 중거리 골이 터지면서 비로소 승리에 입맞춤할 수 있었다.
 
네덜란드로서는 한 수 아래라고 여긴 상대와 골 공방전을 벌인 것을 차치하더라도 경기 내용까지 좋지 못했다.
 
수비수들끼리 패스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호주의 공격수에게 공을 빼앗겨 결정적인 역습 찬스를 내준 장면만 여러 차례 나왔다.
 
이 밖에도 케이힐이 첫 골을 터뜨리던 순간 텅 비어 있던 왼쪽 페널티지역에서 보이듯, 네덜란드의 수비진은 자주 호주에 넓은 공간을 허용했다.
 
속도감 넘치는 공격을 통해 스페인의 '티키타카'를 무너뜨린 1차전의 강점은 사라지고, 대승 속에 숨어 보이지 않던 수비의 허점은 드러나고 만 경기였다.
 
게다가 네덜란드는 이날 거친 경기 속에 핵심 수비 요원인 브루누 마르팅스 인디(페예노르트)가 부상으로 실려 나가는 악재까지 겪었다.
 
팀 케이힐과 부딪혀 쓰러진 마르팅스 인디는 뇌진탕 증세를 보여 검사를 받으러 병원으로 이송됐다.
 
루이스 판할 네덜란드 감독은 마르팅스 인디가 뇌진탕 진단을 받는다면 1주일가량 전력에서 이탈할 것으로 내다봤다.
 
브라질 하늘에 거침없이 불어닥칠 것처럼 보이던 '오렌지 폭풍'이 과연 그 힘을 마지막까지 이어가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준우승의 아쉬움을 털어버릴 수 있을지 의문을 남긴 경기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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