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근 전 한마음병원장·논설위원

올해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광부로 또는 간호조무사로 서독에 파견된 지 꼭 40년이 되는 해다. 당시 우리나라에는 일자리가 없어 해당 연령의 20%에도 못 미치던 대학 졸업생들까지 학력을 속이면서 지원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사람들에 대한 독일인들의 태도는 무척 따뜻했을 뿐만 아니라 이 분들의 임금을 담보로 해 독일에서 차관을 받아 고속도로와 포항제철 등 국가 기간 산업에 투자하면서 소위 한강의 기적을 이루게 됐다.
 
독일을 방문한 박정희 전 대통령이 광부들과 간호조무사들의 고생을 직접 목격하면서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국민을 행복하게 하지 못한데 대한 미안함과 차관을 얻게 된 데 대한 감사함으로 눈물을 흘리자 강당이 온통 눈물바다가 됐던 일은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이에 감동한 에르하르트 수상이 박 대통령에게 국가 재건의 노하우(Know-how)를 귀띔해 준 것도 유명한 일화가 됐다. 내 아내의 고등학교 동기생들도 간호조무사로 파독 된 후 주경야독해 두 명이나 독일 의사가 됐다. 우리나라가 오늘날 이처럼 잘 살게 된 것은 이들의 땀과 월남전의 피로 이룩됐다는 것을 우리는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가 젊었을 때만 해도 기회만 되면, 아니 엉터리로 기회를 만들어서라도 외국으로 나갔다. 미군 병사들과 결혼해 이민을 가기도 했고 소위 3D업종이라도 마다하지 않고 일자리만 있으면 학력을 따지지 않고 나갔다. 이들의 노력으로 우리들은 유태인과 더불어 가장 부지런한 국민으로 세계의 인정을 받게 됐다.
 
요즘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잘 살게 되면서 외국인들이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다.
 
관광객으로 오기도 하지만 많은 나라에서 3D 업종에 근무하기 위해, 또는 국제 결혼으로 소위 코리안 드림(Korean Dream)을 꿈꾸면서 한국을 찾고 있다. 우리 제주도만 해도 이제 이주민들이 1만 명이 넘어 어디를 가든 외국인을 만나는 것이 그리 드물지 않게 됐다.
 
하지만 이들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어 보인다. 독일인들이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보였던 따뜻한 배려는 고사하고 차별과 학대 그리고 멸시가 도를 넘었다는 기사를 흔히 보게 된다. 이들이 계시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많은 산업이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고 우리나라의 인구도 더 급속히 줄어들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 국민의 의식 수준이 문명국의 국민들처럼 높아져야 하며 우리의 문화 수준 또한 높아져야 한다. 문명국의 척도는 약자에 대한 배려로 가늠할 수 있다. 어린이와 여성 그리고 장애인들에 대한 배려가 없는 사회를 우리는 문명국이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타이타닉 호의 침몰이 우리에게 주는 감동은 배가 침몰하는 순간까지 연주를 멈추지 않았던 악사들의 자세와 함께 어린이와 여성을 먼저 대피시킨 시민 의식의 발로 때문일 것이다.
 
우리의 속담에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가 있다. 자기가 어려웠던 시절을 기억하지 못 하는 사람은 개구리와 다름없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어려웠던 시절 우리의 젊은이들을 따뜻하게 맞아줬던 여러 선진국의 국민들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으로 외국인 근로자들을 따뜻하게 대하자. 미군 병사들과 결혼해 이민 간 우리 동포들이 미국인들의 따뜻한 보살핌 속에서 자리 잡고 이제 그 2세와 3세들이 각 분야에서 활약해 우리의 국위를 선양하고 있음을 기억하자. 그리고 우리들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친절을 베풀었을 때 우리나라에서 공부하고 일했던 그 분들이 고국으로 돌아 갔을 때에 우리나라의 이미지를 좋게 평가하는 훌륭한 민간 사절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자.
 
나를 반기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내가 행복한 삶을 사는데 꼭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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