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영상위 23일 한국전 상영
수백명 모여 열띤 응원전 펼쳐

▲ 후반 27분 구자철의 만회골이 터지자 관객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환호하며 기뻐하고 있는 모습. 고경호 기자
이른 새벽 시간, 꿀 같은 잠을 포기하고 대한민국의 승리를 응원하기 위해 수백명의 도민들이 영화관에 모였다.
 
제주영상위원회는 23일 오전 3시부터 제주영화문화예술센터(옛 코리아 극장) 1관을 개방해 한국과 알제리의 조별리그 2차전 중계화면을 스크린을 통해 상영했다.
 
지난 18일 한국-러시아전에 이어 두번째로 마련된 이날 상영에는 경기 시작 한시간 전부터 340여석을 꽉 채울 정도로 수많은 도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자영업자 김미경씨(55·여)는 "2시에 가게문을 닫자마자 남편과 함께 찾아 왔다"며 "의자도 푹신푹신하고 젊은 사람들과 어우러져 경기를 볼 수 있다는게 어색하면서도 재미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경기를 보기위해 삼삼오오 자리한 관객들은 대한민국 유니폼 등 붉은 티셔츠 차림은 물론 대형 북 등 응원도구와 태극기 등을 준비해 오면서 영화관을 뜨거운 응원 열기로 가득 채웠다.
 
특히 경기 종료 후 바로 등교하기 위해 교복을 입고 찾아온 학생들도 많아 이날 경기에 대한 도민들의 뜨거운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심판의 휘슬과 함께 경기가 시작되자 관객들은 일제히 환호와 박수를 보내며 대한민국 대표팀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대형 북 소리에 맞춰 "대~한민국"을 외치며 스크린에 눈을 고정시킨 관객들은 알제리의 예상 밖 공세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더욱 응원의 열기를 더했다.
 
하지만 전반 26분 슬리마니 선수의 선제골을 시작으로 2분 만에 할리시의 헤딩골, 전반 38분 자부의 결승골이 연이어 터지면서 관객들의 탄식이 짙어졌고 결국 전반전이 끝나기도 전에 수십명의 관객들이 영화관을 빠져나왔다.
 
▲ 수십명의 관객들이 전반전이 끝나기도 전에 대한민국의 무기력한 경기에 실망하며 영화관을 빠져나가고 있는 모습. 고경호 기자
북을 치며 응원을 주도했던 이명호씨(33·함덕)는 "계속되는 실점으로 응원열기가 많이 가라앉아 실망했다"며 "출근 전에 조금이라도 쉬다 가는 게 낫겠다 싶어 먼저 나왔다"고 씁쓸해했다.
 
후반전이 시작되자 관객들은 다시 한번 격려의 박수를 보내며 대한민국 대표팀을 응원했고 후반 5분 손흥민의 만회골이 터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커다란 함성과 함께 환호했다.
 
그러나 후반 17분 다시 한번 알제리의 브라하미 선수에게 한 골을 더 내주며 패색이 짙어졌고 후반 27분 구자철의 추가골을 끝으로 대한민국이 2-4로 패배하자 영화관에는 관객들의 깊은 아쉬움으로 가득 찼다.
 
최슬기씨(23·경상도)는 "3박4일 일정으로 제주에 놀러왔다가 마지막 날인 오늘 경기를 보기 위해 이곳을 찾게 됐다"며 "비록 대한민국이 아쉽게 졌지만 관광지 영화관에서 축구를 볼 수 있어서 색다른 경험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고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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