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포커스 / 부영, 도민사회 무시하나

▲ ㈜부영주택이 제주앵커호텔(현 부영호텔) 사업을 인수하면서 협약한 호텔-제주국제컨벤션센터 지하연결통로 건설을 이행하지 않은 채 제주도에 호텔 준공계를 제출,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제주앵커호텔(왼쪽)과 제주국제컨벤션센터. 강승남 기자
현관 임의변경·카사델 아구아 철거 요청
협약 미이행 기관간 소송전 초래 지적
 
㈜부영이 제주에서 관광개발·주택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수익을 내고 있지만 지역과의 상생에는 무관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부영호텔 입구를 건축위원회 심의 없이 변경한 것을 비롯해 도민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카사 델 아구아를 철거한데다 이번에는 부영호텔-컨벤션센터 지하연결 통로 조성을 약속했지만 이행하지 않은 채 준공을 강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 ㈜부영 사업 인수
 
ICC 제주 앵커호텔(현 부영호텔)은 제주국제컨벤션센터와 연계, 국제회의산업 육성을 위해 추진된 사업이다.
 
2005년 11월 사업자로 선정된 ㈜제이아이디(이하 ㈜JID)는 총사업비 2847억원을 투입해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인근 5만3354㎡ 부지에 지상 4층·지상 9층 규모의 호텔·콘도미니엄 조성을 추진했다.
 
㈜JID는 2007년 1월 앵커호텔 착공식을 개최했지만 호텔·리조트 골조공사를 완료(공정률 50%)한 상황에서 시행사인 ㈜JID의 자금사정 악화와 시공사인 금호산업의 워크아웃(기업의 구조개선 작업)으로 인한 책임준공일(2009년 10월) 미이행 등으로 착공 3년 만인 2010년 1월6일 공사가 중단됐다.
 
이후 2011년 7월 제주도·㈜제주국제컨벤션센터, ㈜부영주택의 위임자 자격인 하나대투증권은 앵커호텔 사업의 매수와 관련된 협의를 진행했고 같은 해 9월 ㈜부영주택·㈜광주은행·㈜제주국제컨벤션센터·㈜하나다올신탁 등은 앵커호텔사업시행을 위한 4자간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후 ㈜부영주택은 2011년 10월 앵커호텔 사업을 완전 매입한 후 2012년 2월 공사를 재개했다.
 
△ 법정소송 불가피
 
문제가 되고 있는 앵커호텔-컨벤션센터 지하연결 통로는 2003년 앵커호텔 건립을 위해 한국관광공사가 호텔부지를 현물출자(155억원 상당)하면서 제시한 조건이다. 
 
한국관광공사와 ㈜제주국제컨벤션센터는 당시 전체 면적 520㎡에 상가 8개, 복도 221m 규모의 지하연결 통로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체결했다. 
 
한국관광공사는 지하통로가 건설되면 20년간 상가를 운영한 뒤 ㈜제주국제컨벤션센터측에 시설을 기부채납키로 했다.
 
이에 따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는 2005년 앵커호텔 사업의 시행사인 ㈜JID와 호텔과 컨벤션센터를 연결하는 지하 연결통로 건설 내용을 담은 계약을 체결했고 앵커호텔 사업을 인수한 ㈜부영주택과도 2011 10월 계약체결 당시 지하연결 통로 건설하고 한국관광공사에 상가 중 330㎡를 20년간 무상으로 임대해야 한다는 조건을 명시했다.
 
하지만 ㈜제주국제컨벤션센터가 2012년 3월부터 호텔의 준공시기에 맞춰 지하연결 통로를 준공토록 수차례 요구했지만 ㈜부영주택은 지하연결 통로건설을 이행하지 않은 채 지난달 13일 준공계를 도에 제출했다.
 
한국관광공사는 앵커호텔 준공 시점까지 지하연결 통로 건설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제주국제컨벤션센터측을 상대로 법적 소송에 나선다는 방향으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또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측도 ㈜부영주택이 계약조건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계약 위반을 이유로 앵커호텔 부지를 대상으로 한 부동산가압류 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게다가 ㈜부영주택도 제주도를 대상으로 준공승인 거부에 대한 행정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점쳐지는 등 자칫 기관·업체간 줄소송 사태가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 막무가내식 사업 추진
 
㈜부영주택이 앵커호텔 공사 과정에서 도민사회를 무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부영주택은 앵커호텔 현관 캐노피 및 건물외벽재 마감 등을 제주도건축위원회 심의절차 없이 허가된 설계도서와 다르게 시공했다. 
 
이로 인해 세계적 건축거장인 리카르도 레고레타(1931년~2011년)가 설계한 건축물의 가치를 크게 훼손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게다가 반대여론에도 불구, 호텔 준공을 위해 사실상 리카르도 레고레타의 유작인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 철거를 행정에 요청하면서 도민 사회의 지탄을 받기도 했다.
 
이번 지하연결 통로 문제에 대한 책임 역시 전적으로 ㈜부영주택에 있다는 지적이다. ㈜부영주택이 애초 협약사항인 지하연결 통로 건설을 이행했다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부영주택이 지금이라도 협약사항을 준수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해야 한다는 지역사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강승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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