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영 제주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소장·논설위원

베이비부머(1955~63년생)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조기퇴직, 강제퇴직, 역할 없는 퇴직과 같이 이른바 '준비되지 않은 퇴직'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제2의 인생'에 대한 뚜렷한 계획 없이 노동시장에 나온 중장년층에겐 대부분 비정규직이나 단순노무직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이 2012년 825명의 생산직(기능직·조립조작직) 베이비부머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현 직장 퇴직 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에 68.8%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42.4%는 '막연한 생각뿐이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계획이 있다'는 응답자는 6.9%에 불과했다. 
 
이렇게 준비되지 않은 퇴직은 적지 않은 문제의 근원이 되고 있다. 일할 의사와 능력이 있음에도 구직활동을 포기하는 '실망실업자'를 발생시킴은 물론 준비되지 않은 창업을 시도하는 자영업자를 양산하고 있기도 하다.
 
올해 상반기 제주특별자치도의 신규식품접객업 교육이수자는 1359명이다. 지난해 1년간 총 교육이수자 2402명에 비해 13% 증가 추세다. 준비되지 않은 퇴직에 따른 준비되지 않은 자영업 창업의 현장이다.
 
음식점 창업만 해도 그렇다. 요리에 자신이 있어서도 아니고 음식점에서 일한 경험도 없다. 더구나 '손 없는 날'을 택해 이미 개업날짜는 받아 두었으니 그날까지 조리법을 가르쳐 달라는 식이다. "어찌 이렇게 창업을 하나" 하겠지만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이러다보니 음식점 창업자의 절반 이상인 52.2%가 3년 이내에 문을 닫는다는 통계는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200만원 주면 아무데나 좋다"며 재취업을 하겠다고 우리 센터를 방문한 한 구직자의 사례 또한 준비 없는 퇴직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도내 실업급여수급자는 7277명으로 2012년 말 7060명에 비해 3.1% 늘었다. 40대 23.1%와 50대 20.1% 등 중장년층인 40~50대가 전체 실업급여수급자의 44%에 달했다. 중장년층을 위한 일자리정책이 절실함을 방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퇴직예정자나 퇴직자를 위한 전직지원서비스는 준비 없는 퇴직으로 인한 사회문제 예방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기업에서 퇴직준비 교육을 실시하는 경우가 10% 수준에 불과하다. 일본 기업의 퇴직준비 교육프로그램 실시 비율 60%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다. 미국에선 기업뿐만 아니라 대학과 지역사회, 각종 단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퇴직 전과 후를 가족상담이나 재취업 지원프로그램 등으로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관리하고 있다. 
 
그렇다고 국내에서 퇴직준비 교육 기회를 갖기가 힘든 것만도 아니다. 제주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는 퇴직예정자나 퇴직자들을 대상으로 한 전직스쿨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변화관리와 이해와 생애설계, 자기 이해, 경력관리, 구직전략 준비 등으로 퇴직 후 제2의 인생설계를 돕고 있다. 40~50대는 경륜이 겸비된 노동력일 뿐만 아니라 가족을 위해 다하지 못한 책임을 가진 가장들이기 때문이다.
 
이에 새롭게 시작하는 민선6기 제주도정도 퇴직을 전직프로그램 활성화와 중장년층 재취업을 위한 일자리 대책에 관심을 가져야할 것이다. 기업은 사회적 책임 이행차원에서라도 중장년층 퇴직자들을 위한 전직지원서비스를 실시해야 한다. 지역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가 뒤따라야 함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중장년층 스스로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노력하는 자세다. 인생 이모작 성공의 열쇠는 본인 자신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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