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여성이 미래다 2-수퍼맘을 바라는 사회

직장·엄마 역할 완벽 '수퍼맘' 강박 시달려
전문가 "맞벌이 지원 미흡…국가지원 절실"
 
여성 발전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마련된 '제19회 여성주간'이 오는 7일까지 진행된다. 그동안 여성 주간의 취지대로 여성권익이 향상됐을까. 상당히 많은 진전을 이뤘지만 임금수준, 경제활동 참가율, 종사자 지위 등에서 남성 보다 여전히 뒤쳐져 있다. 여성주간을 맞아 제주에서의 여성 권익 수준을 살펴보고 문제점을 짚어봤다.
 
#1. 경력단절을 겪은 후 3년전 어렵게 취업한 주부 고수현(35·가명)씨는 최근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 조금만 힘든 내색을 보이면 남편은 "누가 일 하라고 했냐"며 핀잔을 주고 회사는 "여자가 그렇지 뭐"라고 한 소리 한다는 것이다. 김씨는 "이런 말이 듣기 싫어 '힘든 티'를 전혀 내지 않고 있지만 속으론 너무 힘들다"고 고백했다.
 
#2. 6살과 3살 딸 아이를 둔 '직장맘' 이수경(32·가명)씨는 "가끔은 내가 원더우먼이 된 듯 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일과 가정에서 모두 완벽하고 싶다며 "하루 4시간도 못 잔다"고 토로했다. 그는 "'아이엄마'라는 사실이 사회생활에서 '핸디캡'으로 느껴질 때가 많다"고 전했다.
 
김씨와 이씨의 사례처럼 직장과 주부, 엄마의 역할도 모두 완벽해야 하다는 '강박' 때문에 '수퍼맘 컴플렉스(SuperMom Complex)'를 겪는 직장맘이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성 직장인에 대한 편견과 반감에 따른 사회적 분위기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하며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제주여성새로일하기센터 김희정 센터장은 "재취업을 한 여성이 다시 경력단절을 겪에 되는 요인은 왜곡된 사회 시선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직장에서 눈치받고 가정에서도 좋은 엄마도 될 수 없다고 느낀 직장맘들은 자괴감에 시달리다가 결국 집으로 다시 향하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수퍼맘 컴플렉스'가 위험한 이유는 우울증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미국 미시간대 연구팀에 따르면 타인이 자신을 좋은 엄마로 생각할지 여부를 고려하다가 우울증으로 악화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중장년일자리센터 강수영 센터장은 "국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만이 해결방법"이라며 "특히 육아부담을 덜기 위한 제도적 구축이 가장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맞벌이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제주지만 맞벌이 가정을 위한 사회적 시스템은 구축은 미흡하다고 강 센터장은 지적했다. 실제로 맞벌이 가정을 위한 제주의 정책은 '아이돌보미' 사업 외에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강 센터장은 "부부가 가정의 일을 분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일과 가정에서 여성의 역할만을 강조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이소진 기자 sj@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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