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뛰는 4060] 11. 농부가 된 '마에스트로' 최영국 구좌합창단 지휘자

▲ 제주의 바다와 공기가 좋아 귀촌을 결심한 최영국씨가 구좌합창단을 지휘하면서 음악을 통해 주민과 소통·호흡하고 있다. 한 권 기자
서울대 성악과 졸업 지도자 제주바다·공기가 좋아 귀촌
주민과 음악으로 소통·호흡 합창단 통해 인생2막 연주중
 
"손 끝 하나에 반응이 오고 하나가 되는 것, 그리고 살아 숨 쉬는 음악은 특별해야 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제주시 구좌읍 지역 35명의 주민들로 꾸려진 여성합창단을 이끌고 있는 최영국 지휘자(52)는 다름 아닌 '농촌 아줌마들'의 마에스트로다.
 
서울대학교 성악과를 졸업한 후 인천지역 예술고등학교 음악강사와 오페라단원 활동에 이어 많은 음악전공 학생들을 지도한 그가 지금은 구좌읍사무소에서 주민들과 만나 음악 호흡을 맞추고 있다.
 
안정된 생활을 접고 연고도 없는 제주에 2년전 정착한 이유는 단순했다. 오로지 제주의 바다와 공기가 좋아 귀촌을 결심하게 됐다.
 
소박한 삶의 보금자리를 찾기 위해 우연히 구좌지역을 지나다 '구좌합창단 모집' 현수막을 본 것이 인연의 시작이다.
 
최 지휘자의 생활은 다른 지휘자와는 많은 점이 다르다.
 
합창 연주가 없는 날에는 여느 주민들처럼 농부가 된다. 그래서 합창단원들에게 가르치는 노래 중 그가 작곡한 노랫말에는 주민들에게 친숙한 '당근, 무, 감자' 등의 가사나 농민들의 애환이 담겨 있다.
 
지휘자의 손톱 끝에 묻은 흙도 열정어린 주민들과의 음악적 소통을 끌어낼 수 있는 힘이기도 하다.
 
이제는 합창대회에서 상을 받은 만큼 실력을 인정받고 있으나 창단시절 적잖은 마음고생을 했다. 음악적 소양이 갖춰지지 않아 발성은커녕 악보조차 볼 줄 모르는 주민이 태반인데다 화음은 언감생심이다. 오디션을 볼 때도 참가 주민들은 가곡이 아닌 '뽕짝'을 불러 심사에 애를 먹기도 했다.
 
그런 합창단원들과 함께 오는 19일 제주문예회관에서 첫 정기연주회를 갖게 된 최 지휘자는 인생 후반부의 '황금기'를 보내고 있다.
 
최영국 지휘자는 "지역 주민들과 함께 호흡하고 소통하는 가장 이상적인 합창단을 꿈꾼다"며 "음악의 씨앗을 뿌린 텃밭을 가꾸며 지금 나는 인생 2막을 연주하고 있는 중"이라고 웃음 지었다.
사례 제보=741-3223(hk0828@jemin.com).
한 권 기자 hk0828@jemin.com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