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문철 전 제주도교육청 교육정책국장·논설위원

마침내 제15대 이석문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 시대가 열렸다. 현직 교육감의 10년 아성을 스스로 마감한 상황에서 눈치없는 보수후보들은 판단력을 상실한 채 끝내 하나가 되질 못했다. 이런 와중에 상대적으로 이 후보의 조직력이 만만치 않다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과연 진보주의 후보가 당선으로까지 이어질 일인가를 두고 저마다 추론이 끊이질 않았었다. 
 
한편 올해는 교육사적으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해다. 대한민국 정부조직법상에 교육행정의 시스템이 구축(1946)된 지 68주년에 지방교육자치제 실현(1964) 50주년을 맞는 해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의미 있는 시점에서 대망의 시대가 개막된 지 오늘로 이레째를 맞는 7월7일 행운의 이 아침을 열며 이석문 교육감에게 진심어린 축하를 보내마지 않는다. 아울러 그와 함께 열어갈 제주교육의 앞날에 영광이 함께 하기를 충심으로 기원하는 바이다.
 
그러나 한편 새 교육감의 등장에 즈음해 세간에서는 솔직히 기대 못지않게 우려의 목소리가 큰 것도 사실이다. 저들은 무엇을 왜 기대하고 또 우려하는지에 대해 깊은 성찰을 소홀히 하지 않는 것은 유능한 지도자의 필수덕목이자 지혜다. 흔히들 이석문 교육감을 이른바 진보성향으로 분류한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는 물론 강재보 인수위원장도 교육에는 보수도 진보도 있을 수 없다며 그러한 색깔 매김을 사양한다. 하지만 그간의 선거과정에서나 취임식을 전후한 요즘 며칠간 이 교육감의 동정에서는 세칭 그러한 색깔을 분명히 하고 있음을 본다.
 
이러한 변화의 모퉁이에서 한 시절 제주교육정책의 입안과 추진의 실무를 총괄했던 필자로서 우리 시대에 또 한 분의 성공한 교육감을 보기 위해 궁극적으로 위대한 제주교육의 영광을 위해 외람되나마 몇 마디의 충언을 드리고자 한다. 
 
첫째, 대체적으로 비판자적 입장을 취했던 그간의 자기 목소리에 대해, 이제는 집행자적 입장에서 표정도 관리하고 또 대답을 생각해야만 한다. 때때로 비판의 이름으로 행해진 비난, 대안과 책임이 없는 비판이 엄존하는 현실이다. 그러나 집행자는 왜 그럴 수 없는지를 고뇌해야 한다.
 
둘째, 전대(前代)의 교육성과들을 폄훼(貶毁)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점잖지 않다. 그러한 시각은 결코 교육가족이나 주민 대중의 공감을 얻을 수 없고, 스스로 자기 위상과 품위를 낮추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나의 차별성은 꼭 이런 방식으로 얻어지는 게 아니다.
 
셋째, 인적·물적 자원은 효율적으로 운용돼야 한다. 물론 외형을 확대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겠지만 어쨌든 보유자원은 유한한 만큼 한쪽이 볼록하면 반드시 다른 한쪽이 오목해져야만 하는 고무풍선의 원리를 생각해 볼 일이다. 이것이 바로 달짝지근한 '포퓰리즘의 브레이크'이다.
 
넷째, 주요시책으로 추진돼 온 현행의 각종 평가들을 상당부분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 것은 우려스럽다. 일반적으로 모든 투입행동의 결과는 평가로서 확인된다. 교육에서의 평가는 그 자체가 학습활동의 한 과정으로서 계속 피드백 된다. 문제가 있다면 그 부분을 찾아 개선할 일이지, 평가 자체를 폐지하는 것은 다분히 포퓰리즘으로 오해 받기 십상이다.
 
다섯째, 기존의 정책을 손질할 때에는 합리적 검증의 틀을 사용해야 할 것이며 혹이라도 감정을 개입시켜서는 안 된다. 기존·현행의 시스템들도 나름대로 합리적 판단과 공공의 절차를 거쳐서 입안·추진해 온 것들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전교조와의 관계 정립이 이 교육감에게 지워진 큰 숙제이다. 바로 이 문제가 사실상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돼 교육감으로서의 성패를 좌우할는지 모른다. 이 시점에서 전교조는 그에게 동전의 양면처럼 '힘'이자 곧 '짐'이다. 그의 지혜로운 판단과 선택이 요구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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