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덕순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논설위원

정부의 역할과 행정의 성격은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에 따라 변모해 왔다. 포도주의적 대량생산체제에서의 정부 역할은 민간부문을 지원해 시장이 원활히 작동하는데 초점을 뒀다. 특히 중앙정부 중심의 국가형태는 바로 포도주의적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근간으로 한 현대자본주의체제에서 비롯됐다.
 
그리고 이와 같은 중앙정부 중심의 국가형태에서 지방정부 역할은 중앙정부가 결정한 정책을 단순히 집행하는 대리자였다. 따라서 지방행정은 복지서비스의 제공이나 중앙정부의 지출정책을 집행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이 다품종 소량생산체제로 전환되면서 중앙정부의 역할은 약화되고 지방정부의 역할은 반면에 강화됐다. 즉, 지역주민의 다양한 행정수요에 대응하는데 있어 중앙정부의 표준화된 접근으로는 충족시킬 수 없게 됐다. 따라서 생활자치의 지방정부가 다양한 지역주민의 행정 수요를 정확히 파악해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 이에 따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의 관계에 대한 재설정도 요구됐다. 이에 지방정부는 지역의 여건과 특성에 부합된 지역주민들이 요구하는 행정서비스를 주체적으로 제공해야한다. 뿐만 아니라 증대된 지역주민의 욕구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지방재정의 운영에 대한 책임성도 확보돼야 한다. 따라서 지방정부들은 행정운영에 있어 다양한 혁신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쇼트(K. Schott)는 공공조직과 민간조직의 효율성을 비교하면 공공부문보다 민간부문이 경쟁적이기 때문에  더 효율적이라고 했다. 이를 기초로 그간 정부의 공공서비스 생산 활동이 독점적 지위를 향유함으로써 나타난 비효율성을 극복해야 한다. 하지만 공공서비스의 본질적 성격상 공공부문에서 효율성만을 강조할 수는 없다. 행정의 관리방식에 경쟁적인 요소를 도입하거나 경쟁적 상황과 유사한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효율적 경영관리의 필요성은 지방재정의 취약성이라는 보다 실질적인 근거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모든 행정수요는 재정적 뒷받침이 필요하기 때문에 행정수요와 재정수요는 함수관계에 있다. 오늘날 행정수요는 생활수준의 향상이외에, 행정기능의 확대, 가족기능의 사회화 현상에 따른 복지와, 시장실패에 따른 보전기능의 확대 등으로 그 수요는 증가일로에 있다. 하지만 이런 지역주민들의 행정수요에 부합하는데 있어서 지방재정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런 열악한 지방재정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서비스의 공급량을 감축하거나 주민의 조세부담을 증가시키는 방안이 있다. 하지만 조세부담은 주민의 저항으로 쉽지 않고 서비스 제공 감축은 수혜대상 집단의 반발로 이 역시 쉽지 않다. 적은 비용으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민간부문의 경영기법을 도입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즉, 지방정부는 일반 행정적 방식과는 다른 측면에서 서비스 공급의 다원화를 도모할 수 있으며, 서비스를 지방정부가 전적으로 공급하기보다는 민간과의 협동방식을 통해 공급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
 
1930년대 이후 붕괴위기에 직면했던 세계자본주의체제가 1970년대 중반 이후 회복돼 제 기능을 발휘하면서 민간부문의 생산성과 경쟁력은 공공부문을 훨씬 능가하게 됐다. 따라서 지방정부는 민간부문의 자본과 기술을 공공서비스의 산출에 투입함으로써 지방재정의 취약을 극복함과 동시에 지역주민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지역주민의 다양한 욕구에 대한 대응성과 탄력성을 높여야 한다. 결론적으로 협치는 행정의 자기반성과 더불어 새로운 혁신을 도입하겠다는 의지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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