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화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협치와 나눔은 어떤 연관이 있을까. 정치학 사전을 찾아보니 협치란 통치(統治)와 대비되는 단어다. 협치는 통치보다 권력이 분산된 형태의 정치를 뜻한단다. 개념이 포괄적이긴 하지만 민주적이고 참여적인 의사결정 과정, 권력을 나눠 운영하는 방식이 협치였다.
 
이렇듯 요즘 협치가 제주의 으뜸 화두다. 진원지는 다름 아닌 원희룡 신임 도지사다. 원희룡 지사는 제주에 오자마자 협치를 화두로 던지더니 "낮은 자세로 듣겠습니다"라며 도내 170여 개 마을을 방문했다.
 
원희룡 지사의 파격 행보에 제주는 지금 변화와 통합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젊은 도지사의 넘치는 에너지가 벌써 제주를 휘감고 있는 듯하다. 이런 신선한 바람은 도민 입장에선 상당히 반갑고 기분 좋은 일임이 틀림없다. 이런 모습이 원 신임지사가 제시하는 '협치'를 통해 '민심'을 향해가는 좋은 경로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런 기대감을 안고 몇 가지 생각을 적고자 한다.
 
첫째, 협치는 대통합이다. 협치란 단어에 이미 통합이 깊게 자리 잡고 있다. 민과 관, 여와 야, 지지자와 비판자 모두 협치의 대상이어야 한다. 진영논리에 사로잡힌 불안정한 사회구조 속에서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거나 예측 가능한 사회를 도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통합은 제도나 정책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사고의 전환과 의식부터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통합은 흥정과 교환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행정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무시돼 왔던 것은 없는지 사회 곳곳에 노출된 갈등의 고리는 무엇인지 찾아내야 할 것이다.
 
이런 면에서 '협치'는 진영논리의 장벽에 가로막힌 제주정치를 '통합의 정치'로 발전시켜줄 수 있는 훌륭한 처방임이 틀림없다. 
 
둘째, 소통을 통해 소외와 차별을 없애야 한다. 사회복지 분야를 고민해보자. 사회복지는 계량화된 이익을 생각하는 분야가 아니므로 자칫 비용대비 효율성이라는 잣대 속에 저울질 되기 쉬운 분야다. 가령 지자체 지원으로 시설을 운영하다 보면 만성적 예산 부족에 시달려 안전에 소홀할 수도 있다. 혹여 이런 유혹이 생길 땐 사회 각 분야에서 지속 가능한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 '협치'로 나아가는 지름길임을 각인해야 한다.
 
셋째, '유기농' 정치를 기대한다. 알다시피 유기농은 농약 및 화학비료 1~2년 안 쓴다고 획득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꾸준한 인내와 각고의 노력을 해야 얻을 수 있는 영광스런 품질마크다. 국민들이 현실정치에 품질마크를 붙인다면 과연 어느 정치인이 '유기농 정치' 마크를 획득할 수 있겠는가.
 
넷째, '도민 행복'이 중심인 나눔특별자치도를 당부한다. 필자는 지난 6·4지방선거 과정에서 후보간, 정당간, 구성원간에 배려와 나눔 문화 활성화를 통해 제주도가 '나눔특별자치도'로 우뚝 설 방안이 모색되는 소중한 토론장, 교육장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피력한 바 있다.
 
원희룡 지사의 임기는 이제 시작했을 뿐이다. 도민의 민심은 신임 지사에게 조급함을 버리라고 충고하고 있다. 처음부터 눈에 띄는 성과를 재촉하고 있지도 않다. 지금 도민은 진중하게 지켜볼 자세가 돼 있다. 원희룡 지사 또한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지속 가능한 유기농 정치를 제주에서 실현해 줄 것을 기대해본다. 이것이 '도민 행복'을 기대하는 도민들의 바람에 부응하는 길이고 원희룡 지사의 새로운 도전이 성공하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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