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표집집단 30%에서 3%로…희망학교 실시
"경쟁 완화·수업파행 방지" vs "평가목적 상실"

제주지역 일제고사인 제학력평가가 내년부터 대폭 축소된다.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효과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14일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에 따르면 최근 이석문 교육감에 대한 주요업무 보고 자리에서 제학력평가와 관련, 표집집단을 현행 30%에서 3%만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내년부터 추진키로 의견을 모았다.
 
대상은 초등학교 4~6년, 중학교 1~2학년으로 현재와 같지만 시험을 치르는 학생수는 학년별 180명(8~9학급) 내외로 줄어들게 된다.
 
표집 대상이 아닌 학교는 평가 실시 여부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으며, 도교육청은 일선학교가 요청할 때 평가 문제지를 배부키로 했다.
 
이는 이석문 교육감의 강력한 의지로 추진되는 정책으로, 학생들의 시험 스트레스를 덜고 창의력·상상력을 키우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또 교사들에게도 학급·학교간 경쟁 부담을 줄이고 시험준비로 인한 수업파행을 막는 효과도 기대된다.
 
반면 교육계 일부에서는 성급한 정책이라며 반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경쟁적 입시문화가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시험만 없앨 경우 학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학부모들의 우려와 함께 평가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축소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초등학교의 경우 제학력평가 외에 대안이 없고, 중학교도 1·2학년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있다지만 현재 8개 시·도만 참여할 뿐더러 내년 폐지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부공남 교육의원도 도교육청 업무보고에서 "기초학력이 취약한 학생들을 파악해 그에 맞는 지도를 하자는 것이 기본적인 목적인데 표집 대상만으로는 불가능하다"며 "다른 대체 수단이 없다면 적어도 중학교 만큼은 평가를 유지해야 한다"고 피력한 바 있다.
 
산남·북간 교육격차 등 정책수립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하는 데 있어서도 통계의 대표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통계학적으로 표본 숫자가 3~5%일 경우 통계가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모집단이 1만명 이상 돼야 하지만 도내 학년별 학생수는 6000~7000명으로 그에 못미치기 때문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초·중학교 일제고사를 실시하는 곳은 제주와 충남 정도"라며 "다소 오차는 있을 수 있지만 제주시 동·읍면, 서귀포시 동·읍면 등 대단위로 비교하기 때문에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봉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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