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신경과 의사·제민일보 의료자문위원

20대 후반의 여성이 다리에 이상이 생겨 외래로 내원했다. 사무직으로 일과시간의 대부분을 컴퓨터 앞에서 작업하고 있고, 미혼이었다. 워낙 건강해 병원에 다닌 적이 없고, 결혼을 앞두고 최근에 체중 조절을 위해 헬스클럽에서 운동하고 있다고 했다.
 
환자는 오른쪽 허벅지의 감각이 떨어지고 같은 곳에 기분 나쁜 통증을 느낀다고 했다. 환자 얘기로는 인터넷 서핑을 한 결과 흔히 디스크라고 하는 '추간판탈출증'일 수도 있고, 뇌졸중 혹은 뇌종양에 의한 증상일 수도 있을 것 같아 겁이 나서 병원에 왔다고 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 환자의 최종 진단명은 '대퇴감각이상증'이다. 주로 허벅지 위쪽의 바깥쪽 감각이 둔해져서, 만져도 남의 살을 만지는 것 같고 묵직한 느낌이나 통증으로 느낄 수 있다. 이는 척수에서 유래한 이 부위의 감각을 담당하는 외측대퇴피부신경이 사타구니 부위에서 뼈와 인대에 의해 기계적으로 눌려서 발생한다. 그러나 이 신경은 감각만을 담당하기에 일상생활동작 수행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 주로 비만하거나 임산부인 경우 많이 생기며 꽉 끼는 바지, 벨트의 착용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흔하지는 않아 일 년에 10만 명당 4~5명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단은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과 더불어 신경학적 진찰을 통해 내려질 수 있다. 다만 신경전도 검사나 체성유발전위검사가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 치료로는 원인 제거를 위해 끼이는 옷을 입지 않게 하고 비만이 심한 경우 체중 감량을 권고한다. 또한 통증 조절을 위해 소염진통제를 처방하기도 한다. 이러한 보존적 치료로도 90% 이상에서 호전 된다고 알려져 있다.
 
이 환자의 경우 헬스클럽에서 꽉 끼는 옷을 입고 운동한 것이 원인일 것으로 추정됐다. 조언에 따라 헐렁한 옷을 입고 운동하고 난 후에 증상은 저절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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