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도중기센터서 열린 제주문화 정체성 세미나.<김영학 기자>
제주문화의 정체성은 과연 무엇인가. 21세기 제주문화예술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은 어떻게 잡아야 하는가.

제주문화예술재단(이사장 양창보)이 30일 오후 제주도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회의장에서 마련한 ‘제주문화의 정체성 찾기’ 세미나는 이런 물음에 일말의 해답이 돼 준다.

이날 세미나는 현길언 교수(한양대 교수)의 기조발제 ‘제주문화 예술의 전통성과 세계성’에 이어 △제주민요 △제주색깔 △제주언어 등 세가지 주제를 놓고 주제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현길언 교수는 기조발제에서 “21세기는 과거의 공간성의 개념이 무너지고 새로운 시간 공간에서 살아야 한다”고 전제하고 “새로운 제주문화예술을 위해서는 제주문화의 정체성의 근간이 되었던 ‘이질적인 것의 조화’와 주변부성에 의한 새로운 창조정신이 개발돼야 한다”고 밝혔다.

첫 번째 주제발표를 한 김대행 교수(서울대)는 ‘제주민요의 정체성을 찾아서’를 통해 “문화는 지적 세련이나 질서로 보는 관점을 넓혀 삶의 방식과 의미작용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김 교수는 “제주민요의 소리와 노랫말의 유기적인 구조는 제주의 정체성을 표상하는 기능을 갖는다”면서 “제주민요의 특수성을 드러내기 위해서라면 민요창작경연과 같은 수정적인 보존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제주의 색깔’을 발표한 미술평론가 이영재씨는 제주의 색감을 조형물에서 찾았다. 이씨는 “제주의 독특한 환경에서 이뤄진 대다수의 조형물들은 장식성 보다는 실용성, 서민적인 소박미에 주안점을 두었다”면서 “제주조형물들은 형태나 색채에 있어서 강렬한 원색보다는 탁하고 소박한 색감이 주류를 이룬다”고 설명했다.

이에대해 토론에 참여한 강요배씨(화가)는 “제주의 조형물에서 유추한 제주의 색감이 탁하고 소박하고 탁하다고 정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제주의 색감을 제주의 역사와 자연·민요·설화 등에서 찾으면 색감이 풍부하고 진취적이고 풍요로울 수 있다”고 반박했다.

세 번째 주제‘제주의 언어로 나누는 대화’를 발표한 강영봉 교수(제주대)는 “지금까지 제주도에서 제주사람들에 의해 쓰이는 말은 ‘제주도 방언’이라는 이름으로 불러왔는데 앞으로는 ‘제주어’로 불러야 한다”고 주문했다.

“방언이라는 용어에는 세 가지 개념을 내포하고 있다”고 밝힌 강 교수는 “방언은 첫째 중국어에 대한 변방의 언어인‘한국어’라는 뜻이고, 둘째는 언어의 하위체계로서의 방언, 셋째는 표준어와 대립되는 상말의 개념으로, 표준어와 달리 비속하고 덜 세련되고 열등한 변방의 말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강 교수는 “우리가 말하는 방언은 한 하위 언어체계로서의 방언이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표준어도 ‘경기도 방언’이다”면서 “ 제주사람들의 정신이 반영된 제주에서 쓰이는 말은 ‘제주어’로 부르는 게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또 “제주어는 제주도에만 있는 어휘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그 어휘가 표준어라든가 다른 방언에 있는 어휘라 하더라도 제주도에서 제주사람들에 의해 사용되면 제주어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제주의 언어’를 토론한 김은희 교수(탐라대)는 “제주방언은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큰 언어이며, 방언이 미약한 것은 문화가 미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제주방언을 살리기 위해서는 교육적인 측면 뿐 아니라 행·재정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좌혜경 한승훈 오승식(민요) 김영호 김순관(색깔) 오창명 허기추(언어)씨의 지정토론과 종합토론도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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