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기영 작가 똥낑이 북콘서트· 투어 '성황'
옛 시절 함께 추억하며 관객 공감 이끌어내

▲ '현기영 작가와 함께하는 똥깅이 북콘서트'가 지난 19일 제주도립미술관 강당에서 열렸다. 강석민 시민사진기자
어두운 강당 안에 그림이 비친다. 바닷가에서 물놀이하는 아이들의 익살맞은 풍경이다. 
 
한 아이는 아랫도리를 부여잡고 바닷속으로 풍덩 뛰어들었다. 나머지 아이들은 수면 위를 떠다니며 바다 수영을 즐긴다. 
 
사진 중앙의 아이는 큰 바위를 부여잡고 바닷속에서 숨을 참고 있다. 이 아이가 바로 어릴 적 현기영 작가다.
 
"바위를 붙잡고 물 속으로 뛰어들면 바닥까지 빨려들어가. 그 돌을 높고 수면 위로 떠올랐을 때 안도감이란. 하아… 그 아찔함은 지금도 생생해."
 
지난 19일 제주도립미술관 강당에서 '현기영 작가와 함께하는 똥깅이 북콘서트'가 열렸다. 
 
청소년 소설 「똥깅이」를 중심으로 현 작가의 어린시절 이야기가 공개됐다. 제주시 용담동 바닷가에서 태어난 현 작가. 누구나 공감할 만한 유년시절 이야기가 가득했다.
 
"한 날은 북국민학교(현 초등학교) 대표로 전도수영대회에 나갔어. 그때 팬티고 수영복이 어딨어. 그냥 발가벗고 대회에 나갔지. 그런데 1등을 먹은거야. 그때 여학생 화옥이가 지나가길래 폴짝 뛰면서 자랑했지. 부끄럼도 없이 말이야. 지금 생각하면 참 어이없는 웃음만 나."
 
현 작가 이야기에 공감하는 웃음 소리가 좌중에 번졌다. 「똥깅이」는 현 작가의 어린 시절 이야기였지만, 곧 우리 유년시절의 초상이기도 했다.
 
이튿날인 20일 오전에 열린 '똥깅이 고람신디 투어'도 현 작가와 같이 옛 시절을 추억하려는 사람들도 성황을 이뤘다.
 
이날 참가자들은 현 작가가 즐겨 놀았던 용연 부근 바닷가와 동한드기, 서한드기, 용두암 등을 걸으며 옛 시절에 대한 회상에 젖었다.
 
물방개 잡고 놀던 내천부터 친구들과 말타기를 하던 먹구슬 나무 아래, 비마중 나갔던 골목, 수영후 몸 말리던 돌멩이 해안까지. 현 작가의 이야기는 곧 우리네 어릴 적 모습이었다. 
 
책의 이야기를 따라 거닐어 본 '똥깅이'가 살던 동네는 예전 모습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참가자들은 사라진 옛 모습을 추억하며 슬퍼했고 그리워했다.
 
현 작가는 "제주의 자연은 나를 성장시킨 곳"이라며 "오염과 파괴로 얼룩진 바닷가의 모습이 참 슬프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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