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식 21세기한국연구소 소장·정치평론가·논설위원

한국의 헌법 제1조는 2개의 항으로 구성돼 있다. 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바로 이 조항 2가지가 국가의 성격을 설명한다.
 
국민주권의 원리는 국가권력 내지 통치권을 정당화하는 원리로 이해되고 선거운동의 자유의 근거인 선거제도나 죄형법정주의 등 헌법상의 제도나 원칙의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유신헌법의 1조 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국민은 그 대표자나 국민투표에 의해 주권을 행사한다'고 규정돼 있었지만 제5공화국 헌법에서 원상태로 회복됐다.
 
독재헌법에서 민주헌법으로 개정된 이 내용은 간접민주주의 제도와 직접민주주의 제도를 옹호한다.
 
다음 여기에 합당한 정치학 교수 두 사람을 소개한다. 한 사람은 필자가 처음 만난 정치학 교수 이극찬 교수이다. 그는 명저인 「정치학」을 쓴 필자다. 이극찬 교수는 열정적인 강의와 판단의 차분함이 잘 조화되는 교수였다. 그는 한 시대를 대표하는 학자였다.
 
기본적으로 '형평성 자유주의' 학자였던 그는 박정희의 권위주의를 비판하다가 끌려가 엄청나게 두둘겨 맞고는 아예 현실정치에 발을 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자유주의자인 그를 이렇게 만든 원인이 다름아닌 독재체제에 있었던 것이다.
 
그 이후 필자가 만난 정치학자는 고려대 최장집 교수이다. 최장집 교수는 열음사에서 펴낸 「한국현대사」의 최종 편집교수였다.
 
최 교수는 고려대학을 마친후 시카고대학으로 유학을 갔고,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난 뒤에는 돌아와 고대 교수가 됐다. 그가 쓴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에 관한 책은 감각이 다소 현대화되기는 했다.
 
하지만 우리에게 체계적인 교훈과 행동을 일러주기에는 퍽 미흡하다고 본다.
 
필자는 오랫동안 정치학을 공부했다. 그러나 필자는 거기에서 많은 것들을 얻지는 못했다. 이것은 기존의 정치학이 너무 낡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반면에 필자는 경험에서 많은 것들을 배웠다. 경험에서 배운 것들은 그동안 여러권의 책으로 출간됐고, 또는 현실의 지혜가 돼 한국정치를 움직였던 정치인들에게 공급되기도 했다. 그 가운데서도 필자가 기획한 논문 '민주대연합론'은 필자의 고유한 생각을 담고 있다. 이 주장은 당시 강연차 통일민주당과 평화민주당을 오가던 필자만이 주장할 수 있는 내용이다.
 
오늘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내용은 수요자 중심, 아니 주권자 중심의 정치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권자의 생각이 어떻게 형성되고, 어떻게 정책에 반영되며, 그 과정에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에 관한 총제적인 지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음 공급자 중심의 정치학에는 정치인들의 정책과 조직에 관한 생각을 담고 있어야 한다.
 
요즘 많은 학자와 저자들이 낸 책 가운데 '수요자 중심의 ㅇㅇㅇ'이라는 책들이 많다. 그런 주장들의 정치학 버전으로 봐도 좋다. 그러나 수요자 중심의 정치학은 다른 영역들과는 다소 다르다. 그것은 그들이 수요자인 동시에 주권자들이기 때문이다. 수요자라는 말에서 약간의 수동성을 읽는다면 주권자라는 말에는 엄청난 능동성을 느낄 수 있다.
 
필자는 주권자 중심의 정치학, 아니 유권자 중심의 정치학을 완성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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