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7시. 햇살이 쏟아지는 도시 변두리의 한 편의점, 알바를 막 시작한 기철은 곧 알바를 그만 둘 하나에게 일을 배우고 있다. 새로 온 알바 기철은 시작되려는 연애 앞에서 머뭇거리는 중이고, 그만둘 알바 하나는 유효기간이 지나버린 사랑으로 가슴이 아프다. 오전 10시. 시간이 지나면서 작은 편의점에는 대학생, 자퇴생, 인디 뮤지션, 배우 지망생, 동성애자, 탈북자, 중년 실직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알바생'이라는 이름으로 모여든다. 편의점의 하루는 각양각색의 알바생들과 손님들이 시계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며 흘러간다. 최근 개봉된 편의점을 배경으로 한 영화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김경묵 감독)의 이야기다.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편의점은 이제 도시생활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초의 편의점은 1927년 미국 텍사스주 달라스의 작은 제빙회사였던 '사우스랜드'가 시작한 것이었다. 일반 소매점들이 문을 닫는 오후 7시부터 11시까지 영업한다는 것을 뜻하기 위해 '세븐-일레븐(SEVEN-ELEVEN)'이라고 상호를 정했다. 우리나라에는 지난 1989년 동화산업이 사우스랜드사와 제휴해 세븐-일레븐을 개설한 데 이어, 로손·서클K·LG25·AMPM·패밀리마트·미니스토어 등이 잇달아 개설돼 편의점 붐을 일으켰다.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2006년 9847개이던 국내 편의점이 2012년에는 2만4822개로 152% 증가했으며, 2014년 편의점 3만개 시대를 맞았다. 편의점이 국내에 도입된 지 25년, 인구 2000명당 한 개꼴로 인구 대비 편의점 밀도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편의점이 처음 생겨난 미국이나, 편의점 문화가 먼저 발달했다는 일본·대만보다도 높다. 이젠 간식거리 구매부터 현금 인출, 공과금 납부, 택배 등 그야말로 생활과 밀접한 공간이 됐다. 
 
최근 신세계가 편의점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대기업인 CU, GS25, 세븐-일레븐이 90%를 차지하고 있는 기존 시장을 재편하게 될 거라는 전망이다. 골목상권의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대형 마트에 밀리고 편의점에 손님을 내주고 이래저래 힘든 동네슈퍼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질 수 밖에 없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