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포커스 / '불혹'의 미술대전, 이대로 안된다

▲ 올해 제주도미술대전이 잘못된 관행과 예총과 미협의 갈등 등으로 파행을 낳았다. 사진은 미술대전에 출품된 서예작품들.
미술대전의 파행 원인을 4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수상작 남발 등의 관행 △이에 따른 도내 순수 예술인들의 외면 △주관사인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제주도연합회의 방만한 운영 △미술대전 이관 문제를 둘러싼 미술협회와의 갈등 등이다.
 
▲잘못된 관행 "폐지론 솔솔"
 
올해 제주도미술대전은 잘못된 관행이 빚어낸 산물이었다.
 
출품작 331점 중 151점이 수상하는 '남발'을 일삼은 것은 물론 4개 부문의 작품들이 모두 입상하는 기변을 만들어냈다. 더욱이 '중복 수상자' 들이 14명이나 발생했다.
 
특히 '출품 숫자 부풀리기' '상 나눠먹기' 등의 의혹도 제기됐다. 보통 공모전의 작품 출품료는 작품 1점에 4~5만원, 2점에 7~9만원, 3점에 10~12만원을 작가가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올해 미술대전의 출품료는 1점이든 3점이든 출품작 수에 상관없이 5만원만 받았다. 이에 출품수를 늘리려 했던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또 수상작들 중에 특정 회원사 회원들이 대거 입상해 '상 나눠먹기'라는 의심도 받아야 했다.
 
한 예술계 관계자는 "이는 모두 미술대전의 잘못된 관행"이라며 "도내 순수 예술인들은 '공모전에 들러리가 되기 싫다'며 미술대전 출품을 꺼려한다"고 고백했다.
 
이어 "미술대전이 변하지 않고 이대로 지속된다면 출품수는 점점 줄어들어 폐지 수순까지 밟게 될지도 모른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전했다.
 
이에 대해 제주 예총 강창화 회장은 "심사는 심사위원들의 고유 권한"이라며 예총의 개입이 없었음을 해명했다. 
 
수상작들이 많았던 이유에 대해서는 "과거 미술대전에서도 있어왔으며, 타 지역의 미술대전 입상률도 40~50% 정도"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방면 운영이 빚어낸 오류들
 
올해 미술대전은 처음으로 전국공모를 실시했다. 결과는 비관적이었다. 출품작 331점 중 도외 작품은 7개(2.1%)에 그쳤기 때문이다.
 
가장 큰 원인은 전국공모 방법에 있었다. 올해 미술대전에서 규정된 한국화·서양화 출품 작품 규격의 경우 100호(160㎝×130㎝) 이내다. 때문에 우편 접수가 힘들다.
서예·문인화의 경우 입상자는 제주에 직접 와서 현장휘호를 해야 했다. 지역 제한은 없었지만 공모 제한은 있었던 것이다.
 
한 예술계 관계자는 "비현실적인 공모내용으로 개최되는 공모전에 누가 출품하겠나"며 "주관사인 제주예총이 빚어낸 파행"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전국 공모로 지역제한을 풀 당시 공모내용까지 마련했다면 이런 불상사는 없었다"며 "출품·심사규정 강화 등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심사위원들에게만 의존한 심사방법이 '수상작 남발'을 불러왔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주관사가 정확한 심사 기준을 마련했다면 '출품작 100% 입상'이라는 불명예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제주예총 부재호 사무처장은 "지역제한을 우선적으로 푼 뒤, 단계별로 공모내용을 마련할 계획이었다"며 "보다 꼼꼼히 살피지 못한 점은 송구하다"고 말했다.
 
▲'집안 싸움'이 '집안 망신'까지
 
미술대전 이관을 둘러싼 제주예총과 한국미술협회 제주도지회, 제주도미술대전 범미술인추진위원회와의 갈등이 미술대전 위상을 흔들고 있다. 협회와 회원사의 '불통'이 미술대전 파행으로까지 번진 것이다.
 
제주예총과 제주미협의 논쟁은 올해 초 본격화됐다. 제주미협은 제주예총을 상대로 2015년 미술대전 분리·이관을 요구했고, 제주예총은 "아직 이르다"며 이견을 보여왔다.
 
급기야 제주미협은 4월초께 도내 미술인 70여명으로 구성된 범미술인추진위를 발족했으며, 이에 반발한 제주예총은 전례없는 미술대전 운영위원 전면 교체라는 초강수를 내밀었다.
 
이에 반발한 미술협회는 제주예총 강창화 회장을 회원 제명을 했고, 강 회장은 5월말께 미협을 상대로 '제명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며 갈등의 골이 더욱더 깊어졌다.
 
이후 미술협회는 '출품 보이콧'을 행사했으며, 올해 미술대전은 출품작 수가 대거 줄어드는 오점을 남겨야 했다.
 
미술대전이 마무리된 현재까지 이 둘 협회의 관계는 한발자국도 진전되지 못했다. 
 
예술계 관계자들은 "감정적인 대립이 얽혀 있서 화해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그래도 누군가는 제주 미술의 발전을 위해 양보해야 한다. 자존심을 버리는 대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주예총은 "이사회에서 '2016년 이관'이 결정됐다. 미협은 이를 계속해서 무시하고 있다"며 "미협이 주장하는 내용 중 사실이 왜곡된 부분이 많다. 기자회견 등 여러 방법을 통해 진실을 알릴 것"이라고 강경 입장을 밝혔다. 이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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