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직 외과전문의·논설위원

최근 강남 젊은이들 사이에 제주 살이가 꿈인 친구들이 많아지고 있다. 
 
물론 소길 댁 효리 부부나, 루시드 폴, 이정 등 잘나가는 연예인들의 제주 살이가 영향을 주기도 했겠지만 제주가 새로운 블루오션의 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면도 있어 보인다. 「제주 한 달 살아보기」란 제목의 책이 출판 되는가 하면 제주 귀농, 귀촌 사이트가 인기다.
 
마르세이유 출신 프랑스 친구는 제주에 꽂혀 한국인 부인과 제주에서 살면서 너무나 만족해한다.
 
파리와 코르시카를 서울과 제주에 비교하면서 제주가 훨씬 더 역동적이며 기회의 땅이란다. 마르세이유산 프랑스 로제와인을 들여와 제주에서만 살 수 있고 맛볼 수 있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 오직 제주에서만 판매하고 있다.
 
생태 디자이너인 독일 친구는 전생에 제주 사람이었는지 제주 고사리 해장국, 좁쌀 막걸리를 즐기면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당장이라도 제주에 내려와 제주 자연이 주는 생태적인 삶을 즐기고 싶다고 한다. 장소 불문하고 제주에 있는 식당이 맛 괜찮고 양 좋고 가격 착하다고 사이버 공간에서 소문만 나면 절반은 성공이다.
 
요즘 제주의 브랜드 파워가 대단하다. 수년전 시골 오막살이 빌려 제주 바닷가에서 주워온 나뭇가지로 내장하고 시작한 '5월의 꽃'이라는 허름한 무인 카페가 대박을 치더니 마스터 셰프의 주인공이 하는 유수암 산골짝 일식집 '아루요'바람을 거쳐 제주 시골 짜투리 고깃집 '명리동 식당'에 이르기까지 사람이 꼬이는 이유를 일단 가보면 알 수 있다.
 
심지어 제주의 이런 맛집을 지속적으로 즐기기 위해서는 사이버 공간에 소문을 내는 바보짓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나돌고 있을 정도다.
 
맛집으로 소문나 손님이 미어지기 시작하면 예전의 분위기 원래의 맛서비스 모두 사라질 우려와 함께 기본 30분은 기다려야 자리가 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동네 골목쟁이 맛집 조차 어느날 가보면 중국 관광객이 점유하기 일쑤다. 제주도민을 위한 상설시장인 동문시장도 어느날 부터인가 국내 관광객과 중국인들이 넘치면서 가격은 오르고 번잡해져 제주인의 발길은 오히려 뜸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일견 제주 관광의 활성화가 제주 도민에게 얼마간의 경제적 이익은 줄지 몰라도 제주인의 삶에 피해가 된다는 느낌이 들면서 행복지수를 떨어뜨린다면 생각해 볼 문제다.
 
제주 출신으로 서울에서 대학까지 나왔으면서 서울 생활 접고 내려와 막노동으로 일당벌이를 하면서도 너무나 행복해 하는 사람이 있다.
 
제주처럼 육체노동일의 종류도 다양해 골라잡아 할 수 있고 요즘처럼 불경기에 일이 끊이지 않는 곳도 없단다.
 
남자 일당은 10만원, 좀 힘든 일은 12만원이다. 정해진 시간 땀 좀 흘리면 점심에 참까지 나오고 다섯 시면 끝나는 직장이 어디 있겠냐며, 왈 제주는 노가다 천국이란다. 게다가 일당 떼일 걱정 없고 쌓일 정신적 스트레스 없으니 절로 건강해진다고 했다.
 
그러나 제주의 귀농, 귀촌 열풍이 반갑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걱정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정착이주민 실태조사 및 정착지원 방안 연구,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도내 정착이주민 369명 중 56.4%인 208명이 현재 일자리가 없다고 답했다. 이들의 미취업률은 귀농·귀촌인 62%(147명), 결혼 및 취업 이주민 49.4%(42명), 문화예술 이주민 40.4%(19명)였다. 그나마 귀촌자의 취업도 대부분 카페 아니면 레스토랑 게스트 하우스 운영에 집중돼 있어 아무리 관광객이 몰려온다 해도 운영이 걱정되는 카페, 피자집, 레스토랑, 펜션, 게스트 하우스도 속속 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귀농, 귀촌 따라 하기보다 창의적 블루오션 개척이 관건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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