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욱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이사장

피서를 위해 제주를 찾는 관광객 행렬에서 연암이 찾은 열하(熱河)가 문득 떠오른다. 역사 속 열하는 청나라 황제의 피서산장(避暑山莊)으로 이질적인 문명이 각축했던 곳이다. 요즘 제주가 열하와 흡사하다. 자본 투자가 많이 이뤄지면서 중국 자본 잠식, 자연 경관 훼손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연암의 지혜가 제주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과거 투자유치는 토종 자본과 자원이 빈약한 상황에서 민간 투자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민간 주도의 관광개발 사업은 소위 '알 박기' 등의 문제로 정상적인 개발이 된 사례가 거의 없다. 3개 관광단지와 20개 관광지구가 대표적이다. 난개발을 막고 관광개발 사업 활성화를 위해 공공부문에서 민간이 필요한 토지를 공급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JDC가 일정부분 그러한 역할을 맡아 왔다. 도민 합의를 거친 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과 하부 시행계획에 의해 수립된 핵심 프로젝트를 위해 JDC는 토지를 매입한 후 대규모 단지를 조성해 개별지구와 사업에 투자유치를 하는 방식을 취해 왔다. 핵심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유치를 부동산 투기와 연계해 비난하는 주장이 무리인 이유다.
자본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화두다. 양보다 질을 따지게 됐다. 자본은 국경·색깔이 없고 성격도 구분하기 힘들다. 선악을 규명하는 것보다는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투기성 자본에 대한 검증과 미래 성장 전략에 부합하는 투자유치 전략 수립이 요구된다.
 
새로운 정책 도입 과정에서 우려되는 점도 있다. 투자자의 불안감이다. 중국인들은 신뢰할 만한 친구가 없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믿을 수 있는 친구가 없는 곳에 투자하지 않는다. 그래서 투자자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충분한 설득과 의견 수렴 과정이 필요하다.
 
지난해 6월 JDC 이사장 취임 직후 변화된 투자유치 여건에서 투자유치 방식을 사업 관리 중심으로 방향을 바꿨다. 개발 이익의 도민환원 장치를 마련하기 위함이다. 신화역사공원과 헬스케어타운 사업은 지역 인재 우선 채용, 핵심 인력 양성, 사업부지 마을과의 계약 재배 등을 통한 지역 농산물 구매 등 개발 사업에 국한하지 않고 JDC가 계획하는 모든 분야에서 지역 발전과 도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토록 하고 있다.
 
연암은 이용(利用)이 있은 후에 후생(厚生)이 있고 후생이 된 후에 정덕(正德)이 있다고 했다. 이롭고 유익한 물자의 생산이 넉넉해지면 생활과 마음이 풍요로워지고 도덕이 바로 잡힌다고 했다.
 
전략적인 투자유치를 통해 경제 발전의 후생을 이루고 도민 행복의 정덕을 실현하기 위해 기존 핵심 프로젝트의 성과 확산에 주력하는 한편, '전후방 연계 효과(Spill Over Effect)'가 큰 산업과 기업을 유치해야 한다. 기업을 집중 육성해 고용 창출과 관련 산업 생산성 향상을 이루고 다시 경제 전체의 생산성 증가와 시너지 효과에 연계되는 선순환 구조가 경제 체질을 바꾸기 위한 핵심적인 요소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마음가짐이다. 국제·개방화 시대에 갖춰야 할 기본적인 소양은 열린 마음이다. 외부 자본과 사람, 이질적인 문화를 존중하고 수용하는 자세로 모두가 노력하면 다양한 문화로 활력이 넘치고 모두가 편안히 쉴 수 있는 '열하'는 우리 앞에 성큼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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