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내의 도로는 말 그대로 사통팔달이다. 여덟 개의 주요도로가 기준이 된다.해안도로,일주도로,중산간도로,산록도로가 네겹으로 환상(還狀)을 이룬다. 거기에다 동·서부산업도로,5.16도로,1100도로가 남북을 가로지른다. 가로, 세로를 나누는 이들 도로를 통해서 닿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필요한 곳마다 교차로가 있어 지름길을 택할수도 있고, 어느곳에서나 우회가 가능하게 하는 기능이 있다. 곳곳의 농로와 연결돼 농산물의 유통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그런데 자주 마주치는 교차로가 문제인 것이다. 모두가 평면으로 연결돼있는 데다 표지판도 충분하지 못하다. 자주 다녀본 운전자는 어디쯤 교차로가 있어 주의를 할 지점을 알고 있지만 초행길의 사람들에겐 여간 고통이 아니다. 관광객이 현지에서 렌터카를 빌어 쓰다 사고를 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도로여건이 생소한 때문이라는 게 대부분의 이유이다. 교차로에서 갑자기 차량이 서로 맞닥쳤을 때는 피할 방법이 없다. 이뿐 아니다. 마을 안길을 확장하는 바람에 차량속도가 빨라져 길을 건너다 변을 당하는 경우도 많다.안전한 건널목이 없다는 뜻이다. 길을 내는 일에만 급급하고 차후 통행방법은 고려를 않았다는 반증이다.

새로운 길을 낼 때 입체로를 만들어 안전을 도모하거나 신호등을 설치해 차량을 통제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러나 예산문제 등으로 이것이 원활치 못한 것도 사실이다. 교통량이 많지 않은 교차로마다 신호등을 설치하는 것도 낭비일 뿐이다. 외국의 예를 들면 교통량이 적고 신호등이 없는 교차로통과는 일단정지(4 way-stop)방법을 쓰고 있다. 네곳에서 들어오는 차량은 무조건 완전정차를 하며 먼저 진입한 순서에 따라 통과하고 나머지 차량은 순서를 기다려 안전하게 주행하는 방식이다. 웬만한 교차로에는 일단정지 표지판이 있다.

사실 도로여건만 탓할 일은 아니다. 우리의 도로교통법규도 통행우선순위가 없진 않지만 지켜지지 않는 게 문제다. 머리만 내밀고 있으면 다른 차량이 멈춰주겠지 하는 안이한 의식이 더 큰 골칫거리라는 것도 모르는 바 아니다. 교차로내 충돌은 대부분 쌍방과실로 귀착된다. 책임한계가 모호한 때문이다. 귀책사유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라도 웬만한 교차로에 일단정지 표지판은 필요치 않을까.<고순형·편집위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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