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우 노하우석세스시스템 대표·논설위원

"훗날 우리 후손들이 우리가 이렇게 싸운 사실을 알까?"
 
"이걸 모르면 호로 자식이제..."
 
올 여름 극장가를 강타하는 영화 '명량'에 나오는 대사다. 12척의 배로 330척의 왜군을 물리치고 무용담을 나누는 수군의병들이 주고받는 대사 속에 담겨진 의미는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큰 자극을 주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장수된 자의 의리는 충을 쫓아야 하고,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 
 
전쟁에 이겨도 어차피 조정에서 버림 받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나라를 구해야 백성이 있고, 백성이 있어야 임금도 존재하는 것임을 자식에게 가르치는 이순신 장군의 의연함은 지금의 대한민국의 지도층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30% 안팎의 재선거 투표율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는 여당이나, 선거에 졌다고 모든 책임을 지도부에 돌리려는 야당의원들의 주장을 보면서 지금의 현실은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분명 어지러운 난세인데 누구하나 책임을 지거나 의롭게 나라를 구하고, 국민을 위하는 자는 찾아볼 수가 없다. 
 
적을 향해야 할 병사의 총부리는 동료 사병을 향해 발사되고, 의무대에서 악마의 가혹행위를 일삼고, 국민의 안전을 우선적으로 책임져야할 정부는 무능의 끝이 어디까지인지 헷갈리는 현실에서 '명량'은 지도자가 갖춰야 할 역량과 백성의 역할을 잘 제시해주고 있다. 
 
이순신 장군은 원래 문과를 준비하던 선비였으나 32살에 무과에 급제한다.    
 
문무를 겸비한 장수의 역량과 충과 효를 생활화하고, 기준과 원칙으로 조직을 이끌고, 부하의 의견을 경청할 줄 알며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이며 늘 사고하고 기록하는 역사의 주인공이었다. 
 
명량해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첫째,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작지만 강한 수군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신라가 일본에게 배를 만드는 기술을 전수할 만큼 우리 조상들은 조선업에 탁월함을 보여 지금도 세계최고의 기술과 건조능력을 갖고 있다. 아군의 배는 크고 단단하다. 360도 회전이 가능하게 만들어 화포공격을 자유로이 할 수 있었다. 넒은 바다에서 12척이 330척을 이긴다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좁은 공간에서 왜군의 특징을 미리 파악해 상황에 적합한 배를 만들어 승리로 이끌었다. 
 
둘째, 기록을 잘하는 위인답게 정보의 활용과 소통능력을 이용했다. 이는 왜군에 세작을 심어 정보전에서도 지피지기전술이 가능했다. 일본의 적장 쿠루시마 미치후는 노략질을 일삼는 해적출신들이라 작고 빠른 배를 만들고, 긴급히 접근해 갈고리로 배를 연결하고 승선해 육박전에 능했다. 이를 파악한 이순신 장군은 배를  높게 2층으로 만들어 접근이 어렵게 하고 좁은 해역으로 적을 유인해 한 척이 100척을 상대 할 수 있는 전투 환경을 만들어 화포공격으로 적을 섬멸했다. 초반에 330척 기세에 밀려 도망간 11척을 놔두고도 대장선 한척이 왜적 일진 100여척을 무찌른 힘은 바로 두려움을 용기로 바꾼데서 나온 것이다. 
 
승리하는 병사는 '선승이후구전(勝兵先勝而後求戰)', 일단 이겨놓고 싸운다는 손자병법의 자신감과 사필즉생(死必則生)의 각오가 패배에 대한 두려움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 있었다. 
 
영화 '명량'은 21세기를 사는 후손 입장에서 이순신 장군을 거듭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이순신 장군 같은 리더를 갈망하기 때문일 것이다. 스스로는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 없기에, 412년이 지난 대한민국은 두려움을 용기로 바꿔줄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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