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성 논설실장 겸 서귀포지사장

이른바 콘크리트층으로 불리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근들어 폭락하고 있는 것은 불통 정치, 세월호 침몰사고 및 인사 참사가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4월16일 304명의 고교생과 일반인들이 물 속으로 가라앉는 모습을 TV생중계로 지켜봐야만 했던 세월호 사고는 특별법 제정 여부 등을 놓고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수첩인사에다 요즘에는 가두리인사라는 신조어까지 등장시킨 박 대통령의 인사 참사는 심각한 수준이다.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해 1월25일 처음 지명한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는 두 아들의 병역면제, 내부정보를 통한 부동산 매입 의혹 등으로 닷새만에 자진사퇴했다. 후임인 정홍원 국무총리가 세월호 사고에 대한 총체적 책임을 지고 4월27일 사표를 제출한 뒤 지명된 안대희·문창극 후보는 과도한 변호사 수임료 논란 및 과거사 망언 등으로 연달아 낙마했다. 지난 2000년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이후 2007년 김대중정부에서 장상·김대환 후보자가 국회 인준에서 부결되고 2010년 이명박정부에서 김태호 후보자가 청문회 기간 중 자진사퇴한 적은 있지만 3명의 국무총리 후보자가 청문회에 서보지도 못하고 낙마한 것은 박근혜정부가 처음이다. 이처럼 박 대통령이 인사에 관한 한 결코 후한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제주에서도 인사 참사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원희룡 지사는 취임 전 선거공신을 중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무늬만의 공모를 거쳐 서울본부장과 공보관에 측근을 앉힌데 이어 협치정책실을 신설, 선거공신을 3급 실장에 앉히려다 도의회 등 각계의 반발에 부딪혀 실장 직급을 4급으로 낮추는 등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하지만 이들 파동은 이지훈 제주시장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이 시장은 임명장을 받은 다음날인 7월 9일부터 본보를 통해 건축물 신축과 관련한 특혜 및 위법행위가 잇따라 보도되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민일보와의 일전 선언합니다! 우리 2천여 제주시 공직자들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라도…"라며 "제가 취임사에서 전투가 벌어질 때는 맨앞에서 싸우겠다고 약속했거든요. 그 약속 지키려 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러다 본보뿐만 아니라 방송, 인터넷 등 도내 거의 모든 언론이 가세하면서 사퇴 여론이 제기되는데 이어 도감사위원회까지 특별조사에 나서자 그는 감사결과를 두고보자며 한 발 뒤로 물러섰다. 그러나 그는 감사위원회가 건축신고수리부터 준공까지 총 8개의 위법·부당사실을 확인함으로써 본보 내용이 모두 사실로 밝혀졌는데도 사퇴를 거부하고 있다.
 
사퇴야 물론 본인이나 임명권자인 원 지사가 결심할 일이지만 이 시장의 자격에 대해서는 말들이 많다. 그는 우선 공과 사를 구별하는 능력이 미약하다. 언론 보도가 제주시정이 아닌 자신의 개인 비리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도 마치 공직사회가 부당하게 탄압받는 것처럼 여기며 공무원들을 끌어들이려 했다. 정작 2000여 공직자들의 자존심을 훼손시킨 사람이 누구인지 자신만 모르는 것 같다. 게다가 각종 위법·부당행위를 아무도 미리 말해주지 않아서 몰랐다는 그는 공직자로서의 기본적 소양조차도 의심스럽다. 자신 때문에 7명의 공무원이 중징계 등의 처분을 받게 됐는데도 미안하다는 말로 퉁치면서 자리보전에 연연하는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이 시장을 둘러싼 논란이 이처럼 한 달 가까이 지속되는 데에는 원 지사의 책임도 적지 않다. 이 시장과 관련한 보도가 잇따르자 감사위 조사 결과를 지켜보자던 원 지사는 결과가 발표된지 엿새째 묵묵부답이다. 만에 하나라도 여론에 굴복하는 모양새를 꺼리는 때문이라면 '전국구'인 원 지사의 그릇에 어울리지 않을뿐더러 앞으로 두고두고 부담으로 남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시민운동가 출신인 이 시장이나 취임 후 첫 인사권을 행사한 원 지사나 모두 안타깝지만 하루라도 빨리 미련을 버리는 것이 그나마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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