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오전 경기도 동두천시 육군 28사단 보통군사법원에서 윤 일병 사망 사건 가해자들이 호송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2012년 해군에 입대한 박모씨는 입영 당시 받은 복무적합도 검사에서 '군 생활에 어려움이 예상되며 사고 위험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달 뒤 신병교육 때 받은 재검에서도 정신과적 문제가 의심돼 정밀 진단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군은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 결국 박씨는 그해 7월 부대에서 자살했다. 
 
박씨 부모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은 최근 "여러 차례 복무적합도 검사에서 사고 위험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는데도 군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며 6천3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서영교 의원실이 국방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씨처럼 현역복무 부적합 판정을 받고 복무 기한을 채우지 못한 채 전역하는 군인이 매년 4천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10년부터 올해 6월까지 현역복무 부적합 판정을 받고 전역한 사람은 1만7천801명이었다. 
 
연도별로는 2010년 4천71명, 2011년 4천269명, 2012년 3천632명, 지난해 3천813명이었고 올해 들어서는 6월까지 2천14명이었다.
 
이들 중 일반 병사가 1만5천454명으로 대다수를 차지했고 부사관이 1천699명으로 뒤를 이었다. 
 
군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이들은 박씨처럼 스스로를 해치거나 임병장, 이병장처럼 남을 괴롭히는 '괴물'로 변했다.
 
군대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늘면서 군병원 정신과 진료 건수도 지난해 3만8천381건으로 최근 5년 새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9년 3만253건이던 군 병원 정신과 진료 건수는 2010년 3만2천333건, 2011년 3만3천67건, 2012년 3만6천111건으로 계속 늘고 있다.
 
그러나 군대 내에서 정신과 진료를 할 수 있는 군의관은 육·해·공군을 모두 합쳐도 85명에 불과했다. 
 
입영 과정에서 복무 부적합자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고, 군대 내에서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병사들을 치료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지 않는 바람에 윤일병 사건 같은 비극이 계속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서 의원은 "군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면 공격적 성향을 드러내거나 폭력의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며 "이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윤일병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정책적, 제도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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