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본이 제주도에 지을 예정인 국내 첫 투자개방형 외국병원에 대한 승인 여부가 이르면 다음달 중 결정된다. 아울러 경제자유구역내 투자개방형 외국병원 설립 규제도 제주도 수준으로 완화하고, 2017년까지 해외환자 50만명을 유치할 방침이다.

12일 대통령 주재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발표된 보건·의료 서비스 분야 투자활성화 대책은 이를 포함해 해외환자 국내 유치와 의료분야 해외 확대 등 전반적으로 '보건의료 글로벌화'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정부는 의료법인 자법인 설립을 지원하는 한편, 해외환자 유치를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국제의료 특별법'도 제정하기로 했다. 
 
또 '건강정보 보호 및 활용 법률'을 통해 의료정보 교류·활용과 표준화를 유도하고 보건의료 시스템 수출도 도모할 계획이다.
 
◇ 외국 영리병원 설립 물꼬 트이나 
 
보건복지부는 중국 ㈜CDC가 제주도에 설립을 신청한 싼얼병원의 승인 여부를 내달 결정한다고 밝혔다. 
 
싼얼병원은 지난 2012년 10월 제주도에 투자개방형 외국병원 설립이 허용된 후 이듬해 2월 설립을 신청했으나, 복지부는 병원의 줄기세포 시술에 대한 관리·감독이 어렵고 응급의료체계가 미비하다는 이유를 들어 승인을 보류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병원측이 줄기세포 시술 계획을 철회하고 제주도 현지병원과 응급의료 관련 협약도 맺은 상태라 승인 가능성이 커졌다.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줄기세포 불법 시술을 막기 위한 대책 등을 보완해달라고 지난 5월 제주도에 요청했다"며 "이러한 점이 보완됐는지와 투자 관계 등을 살펴 복지부가 승인 여부를 결정하면 제주도가 최종 허가 여부를 확정한다"고 설명했다. 
 
제주도보다 다소 엄격한 인천 송도 등 경제자유구역(경자구역) 내 외국 영리병원 설립 기준도 제주도 수준으로 완화된다. 현재 경자구역 내 투자개방형 외국병원은 외국의사를 10% 이상 고용하고 병원장과 진료의사결정기구의 50% 이상이 외국인이어야 한다. 이에 비해 제주도의 경우 '외국의사의 종사가 가능하다' 정도의 규정만 두고 있다. 
 
정부는 제주도에 1호 병원이 들어서고, 경자구역 내 규제가 추가로 완화되면 후속 투자가 이어져 해외환자 유치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의료법인의 자법인 설립을 지원하기 위한 법령 개선도 진행된다.
 
의료법인 자법인이 건강기능식품과 음료를 연구·개발할 수 있도록 의료법 개정을 추진하고 종합의료시설 내 의료관광호텔에 의원급 의료기관의 임대도 허용한다. 또 의료법인 자법인이 메디텔(의료+숙박)업을 등록할 때, 모법인의 해외환자 유치 실적을 자법인 실적으로 인정해주기로 했다.
 
◇ "2017년 해외환자 50만 명 유치" 
 
이번 대책에는 의료관광 활성을 통해 2013년 현재 21만 명 수준인 해외 환자 수를 2017년 50만 명, 연인원 기준 150만 명으로 두 배 이상 늘린다는 계획도 담겨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하반기 중 가칭 '국제의료 특별법' 제정안을 만들어 해외환자 유치를 체계적으로 뒷받침할 방침이다. 외국인 환자 대상 국내 의료광고를 허용하고 국내 보험사의 해외환자 유치를 허용하는 등 특별법을 통해 의료법상 규제의 예외를 인정한다는 것이다. 해외환자 급증 지역을 중심으로 비자 완화를 추진하고, 정부간 환자 송출계약과 해외의료진 연수 등도 환자 유치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또 국내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가 본국으로 돌아간 후에도 원활한 사후관리가 가능하도록 오는 10월 아랍에미리트(UAE)를 시작으로 중국,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 3개 전략국가에 해외검진 및 원격의료 센터를 설립한다.
 
동시에 국내 의료기관의 해외진출을 확대하기 위해 해외진출 의료법인이 중소기업 대상 정책금융과 무역보험 등을 활용할 수 있게 지원하며, 하반기 중 500억원 규모의 중소병원 해외진출 지원펀드도 만들 예정이다.
 
◇ 의료기관간 정보 교류 가능해진다
 
의료정보의 교류와 활용을 위한 '건강정보 보호 및 활용 법률' 제정도 하반기 중 추진된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과 의료법 아래에서는 의료기관간의 정보 교류가 불가능하고 의료기관별 용어와 서식도 서로 달라 보건의료 시스템 수출이 어렵다는 문제 의식 때문이다. 
 
정부는 법 제정을 통해 정보보관 방법과 의료기관간 정보교류 절차, 환자 동의 절차 등을 명확히 규정하고 동시에 보안체계 구축, 개인 의료정보의 제3자 유용 금지 등 프라이버시 보호 방안도 마련한다.
 
의료정보 교류와 활용이 자유로와지면 환자가 A병원에서 검진을 받은 후 B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때 B병원에서 검진을 다시 받거나 환자가 직접 A병원에 검진결과를 요청할 필요가 없어진다. 
 
의과대학 산하에 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하는 일도 가능해진다.
 
현재 대학병원은 직접 특허를 소유하거나 사업화할 수 없고 산학협력단을 통한 자회사 설립만 가능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의대 산하 기술지주회사를 통해 의료 기술사업 수익이 병원으로 귀속될 수 있도록 길을 터주겠다는 얘기이다.
 
아울러 모든 줄기세포 치료제에 대해 연구자 임상의 상업 임상 1상을 면제하고, 유전자 치료제 연구 허용 기준을 완화하는 등 보건의료 연구와 임상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들도 대책에 포함됐다. 
 
결핵, 항생제내성균, 희귀난치질환 등 연구개발이 필요한 의료분야의 임상시험을 중심으로 내년 상반기부터 통상진료비용의 보험급여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 의료 영리화 논란 이어질 듯 
 
이번 보건·의료 서비스 투자활성화 대책은 의료 영리화를 둘러싼 논란을 더욱 키울 것으로 보인다. 
 
싼얼병원의 경우 설립 신청 시점부터 논란이 적지 않았고, 지난 2월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담화문을 통해 경자구역 내 영리병원 규제 완화안이 나왔을 때도 시민단체의 반발이 이어졌다.
 
이번 투자활성화대책 내용이 알려진 직후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성명을 내고 "말이 경제특구내 외국병원이지 국내자본의 투자와 내국인 진료가 가능한 사실상 국내 영리병원과 다를 게 없다"며 "우리나라 병원들의 영리병원화를 전면화하는 통로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또 "의료법인 부대사업 범위를 건강기능식품과 음료 연구개발로까지 넓힐 경우 영리목적의 자회사 제품을 판매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될 것"이라며 "보험사의 외국인환자 유치 허용은 거대 보험사가 환자정보를 장악하고 병원 운영을 좌지우지하게 되는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건강정보 보호 및 활용 법률 역시 제정 과정에서 민감한 개인 정보를 어디까지 공유하고, 유출을 막기 위한 어떤 안전장치를 확보할 지를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경자구역 내 외국 영리병원 설립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의 실효성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있다.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제주도에도 싼얼병원 이후 추가로 설립을 신청한 병원이 없고 그동안 투자개방형 외국병원 설립이 지연된데는 규제보다 수요 부족 등 사업적 이유가 크기 때문에, 규제 완화가 실제로 투자 유치로 이어질 지는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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