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찬국 충남대학교 교수·논설위원

제주사회가 지자체 선거이후 좀 혼란스러워 보인다.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권한과 위상이 커진 지자체장 선거 후 공공기관 임원 인사, 지난 도정의 주요 결정에 대한 재검토 등 예상되던 일에 더해 새로 임명된 제주시장의 사퇴가 겹치면서 지역사회가 우왕좌왕하는 것처럼 보인다. 모처럼 지역정치에 큰 변화를 일으키며 출범한 새 도정에 대한 기대가 높은 가운데 나타난 모습이라 안타깝다. 이럴 때 일수록 사안의 시급과 완급을 조절해 일을 풀어야 할 것이다. 


먼저 제주시장 파문은 주요 공직인사와 관련해 일종의 선례를 만든 의미가 있다. 그 동안 공공의 이익을 내세운 환경·시민단체들이 활성화되며 각종 사안에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왔다. 이런 단체와 활동가들이 지명도와 지지도가 절실한 정치인들의 관심 대상이 됐고, 자연스럽게 정치권과의 고리도 형성됐다. 일부에서는 명분에 의지해 기존 법과 절차를 무시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으나 지역사회는 크게 문제 삼지 않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번 제주시장 파동은 어디까지 사회적 관용이 적용되는지에 대한 지역사회의 의식이 높아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앞으로 시민운동 참여자들도 공적인 명분을 내세워 얻은 영향력이 자칫 사적인 이익추구의 수단으로 유용되지 않도록 특별히 명심해야 할 것이다. 
지난 도정의 정책 결정 재검토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요건을 충족하고, 정해진 소정의 절차를 밟아 내려진 결정이라면 더욱이 그럴 것이다. 

하지만 각종 도로가 매우 잘 정비돼 있는 인구 60만이 안 되는 제주지역에서 아침저녁으로 상습적인 교통체증이 발생하는 지역이 있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물론 제주시의 일부 지역을 고층건물 밀집지역으로 개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대도시형 인구·교통 밀집지역을 포함하는 개발방식이 추진되려면 청정이라는 제주지역의 강점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가라는 큰 과제에 대해 공론화 과정과 광범위한 의견수렴이 있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절차상 도시계획의 대폭 재편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 과정 없이 이미 혼잡한 지역에 드림타워와 같은 큰 규모의 건물들이 들어선다는 것은 무엇인가 잘 못됐다는 느낌을 준다. 그 개발 사업의 주체가 국내자본이든 외국자본이든 상관없는 일이다. 가능한 절차가 있다면 입지의 변경과 같은 타협안을 모색해야할 것이다.

그 외에도 개발사업 들에 문제제기가 심심치 않다. 그런데 합당한 절차를 밟아 진행 중인 사업들이 외국자본이라는 이유만으로 잘못됐다고 하는 것은 무원칙한 처사이다. 지역 공공기관의 허가 및 참여와 개인 토지소유주들과 개발 사업자와 자발적인 계약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일이다. 일부 감정적 여론 때문에 없던 일로 하는 것은 좋지 않은 전례를 만들어 향후 투자 유치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제주지역을 중국인을 포함한 모든 외국인들이 자유로이 방문할 수 있는 지역으로 유지하는 한 내방객들이 편안히 머물고 즐길 수 있는 시설과 여건을 구비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물론 중국인 내방객 급증 추세에 편승해 단기 차익을 노리는 사업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승인과정에서 제안된 사업들을 꼼꼼히 살피고 취지대로 진행하도록 감독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작금의 지역 관심사들이 원만히 그리고 신속히 처리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현안에 매몰돼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제주의 앞날에 영향을 미칠 중장기 과제들이 지연되기 때문이다. 아직 의견수렴도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공항의 확장문제와 같은 과제가 한 가지 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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