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란치스코 교황이 15일 미사를 집전하는 대전월드컵 경기장에 제단 설치가 완료된 모습.

15일 오전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프란시스코 교황이 주례하는 한국에서의 첫 미사가 열린 가운데 행사장은 이른 새벽부터 모여든 시민으로 성황을 이뤘다.

경기장 입구에는 대형버스를 타고 전국에서 모여 든 천주교구 신자들이 2㎞ 정도 길게 줄을 이뤘으며, 월드컵경기장역에도 지하철을 타고 개별적으로 온 신자와 시민들이 속속 도착했다.
 
보조경기장에 마련된 외부 관람석에도 대형 스크린이 설치돼 행사장에 들어가지 못한 신자들과 시민이 아쉬움을 달랬다.
 
이날 새벽 4시부터 입장이 시작돼 3시간만에 행사장 1층 그라운드에 마련된 좌석과 1·2층 관람석은 거의 찼고, 3·4층도 신분 확인을 거쳐 입장을 마쳤다.
 
외부 관람석도 오전 8시 현재 마련된 관람석 1천500석을 꽉 채웠다.
 
행사장 인근에는 응급의료소가 설치됐고 물, 선캡, 손수건 등 물품이 마련돼 시민에게 편의를 제공했다.
 
▲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하는 '성모승천대축일미사'를 하루 앞둔 14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행사 관계자가 제단 앞을 꽃으로 단장하고 있다.
신자들과 시민은 태극기와 교황청기를 흔들거나 경기장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등 교황을 기다리며 들뜬 모습이었다.
 
경건히 묵주를 돌리며 기도를 올리거나, 삼삼오오 모여 교황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유경화(35·여)씨는 "새벽 4시30분 충남 아산에서 출발해 가족들과 함께 왔다. 비행기를 타고 로마까지 12시간을 날아가도 보기 힘든 분인데, 두시간 투자해서 볼 수 있는 기회 아닌가"라면서 "오늘 교황의 가르침이 내 삶의 터닝포인트가 돼 앞으로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도에서 단체로 성지 순례를 온 신자들도 있었다.
 
이들은 "전날 서산 해미읍성 순례를 마친 뒤 보령 대천에서 숙박하고, 새벽 3시에 숙소를 나서 경기장에 도착했다"며 "내일 광화문에서 열리는 시복식에도 참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외부에 마련된 관람석은 새벽까지 내린 비로 촉촉이 젖어 있었지만, 자발적으로 나서서 의자를 닦는 이들 덕분에 불편함은 없었다.
 
이범식(61)씨는 "밤사이 비가 올까봐 걱정했는데 교황님이 오시기 직전에 비가 그치다니…축복 받은 것"이라며 "누가 시킨 것은 아니지만 모두가 앉아야 할 자리니까 닦았다"고 말했다.
 
종교가 다른 이들도 교황님을 뵙겠다는 한 마음으로 새벽부터 경기장을 찾았다.
 
10살, 9살짜리 두 아들을 데리고 경기장을 찾은 박원희(37·여)씨는 "경기 군포시에 살고 있는데 행사를 보기 위해 어젯밤 청주 시댁에 내려왔다"며 "기독교 신자이지만, 천주교와 뿌리는 같지 않느냐.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세월호 도보순례단이 14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 도착해 함께한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안산 단원고를 출발해 팽목항을 거쳐 대전에 온 이호진(이승현 군 아버지)·김학일(김웅기 군 아버지) 씨 등 도보순례단은 15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하는 대전월드컵경기장을 찾아 순례 내내 메고 온 십자가와 세월호 사고 해역에서 떠온 바닷물을 교황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신자들은 저마다 교황에 바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강복순(57·여)씨는 "세월호 참사, 윤일병 사고 등으로 뒤숭숭한 대한민국이 교황님에게서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며 "특히 군인을 비롯한 많은 젊은이들에게 교황님이 희망과 평화의 메시지를 주셨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1층 그라운드석 맨 앞에서 교황을 알현하는 행운을 누리게 된 안현숙(55·여)씨는 "교황님의 은총으로 청소년들 사이에 폭력이 없어지고 대한민국을 비롯한 온 세계에 평화가 퍼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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