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석촌지하차도 도로 함몰 사고 현장에서 이채규 조사위원이 지하도 중심부 도로 밑에 생긴 공동(空洞)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외부 전문가 10인이 참여한 조사단은 지난 5일 석촌지하차도 앞에 발생한 폭 2.5m, 깊이 5m, 연장 8m의 싱크홀 외에 지하도 중심부에 폭 5~8m, 깊이 4~5m, 연장 80m의 공동을 추가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서울 석촌지하차도 지하에서 길이가 80m에 이르는 거대 동공(洞空. 빈 공간)이 발견된 가운데 문제의 공간을 메우고 있었던 흙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동공은 크기가 폭 5∼8m, 깊이 4∼5m, 길이 80m로 엄청난 양의 흙이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상태다. 
 
서울시가 11명의 전문가로 구성한 조사단은 1차 조사결과 발표에서 이 동공의 부피를 1천400㎥로 추정하고, 공간을 메우려면 15t 덤프트럭 140대 분량의 흙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이 동공이 자연 발생이 아니라 지하철 9호선 3단계 터널 공사 때문에 생긴 것으로 추정했다. 따라서 동공 주변에서 공사가 시작된 지난해 하반기부터 흙이 어디론가 빠져나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흙의 이동 경로와 관련, 조사단은 일단 흙이 공사중인 터널로 들어갔고, 이후 지상으로 배출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시공사인 삼성물산은 석촌지하차도 아래서 실드(Shield) 공법으로 터널을 뚫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지반이 약해졌고, 지하수와 뒤섞인 흙이 밑으로 흘러가다 공사 중이던 터널 안으로 들어갔다는 추정이다.
 
시공사는 터널을 뚫으면서 나오는 흙을 지상으로 정기적으로 배출해야 한다. 그런데 이때 비정상적으로 유입된 흙도 함께 내보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드 공법은 원통형 기계를 회전시켜 흙과 바위를 부수면서 수평으로 굴을 파고들어가는 방법인데, 굴 표면에서 그라우팅(틈새를 메우기)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지하수와 흙이 침투하게 되고, 주변의 지반도 크게 약해진다.
 
조사단은 동공이 생긴 곳은 충적층(모래와 자갈로 구성된 연약지반)으로 터널 공사가 매우 세심하게 진행돼야 하는 구간이라고 지적했다.
 
이 가설의 진위를 확인하려면 공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됐을 때 나오는 흙의 양과 실제 굴착한 흙의 양을 비교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시공사가 작성한 서류만으로는 확인이 어려운 상태로 알려졌다.
 
시공사측이 지나치게 많은 흙이 흘러 나오는데도 무시하고 터널 공사를 강행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변 상하수도관에서 누수가 없었기 때문에 흙은 지하철 터널을 통해 밖으로 나갔다고 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며 "흙이 얼마나 사라졌는지, 이 흙이 지하수와 만났을 때 부피가 어떻게 커졌을지, 배출은 얼마나 됐는지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중에서는 흙이 주변에 매설되어 있는 폐관을 통해 다른 곳으로 이동했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동공 주변에는 지금은 더이상 쓰지 않는 상하수도관 등의 폐관이 묻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고려하지 않고 공사를 진행하다 폐관이 훼손됐을 수 있고, 이를 통해 흙이 빠져나갔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흙의 이동 경로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시는 원인 조사를 위해 석촌지하차도의 차량 통행을 완전히 중단시켰으며, 현재 아스팔트에서 작은 구멍을 뚫는 시추 조사를 통해 또 다른 동공이 있는지를 알아보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5일 석촌지하차도 입구에서는 폭 2.5m, 깊이 5m, 연장 8m의 싱크홀을 발견했으며, 지난 13일에는 지하차도 중심부에서 거대 동공을 추가로 발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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