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석 편집국장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18일 국빈 방한 일정을 마치고 이탈리아로 떠났다. 지난 14일 박근혜 대통령의 영접을 받으며 한국에 도착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낮고 겸손한 소통·공감의 리더십 행보는 대한민국을 감동시켰다.
 
방한 기간 중 프란치스코 교황이 던지는 메시지 마다 국민들의 눈과 귀가 집중됐다. 특히 17일 충남 서산 해미읍성에서 열린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 미사 강론에서 외친 "젊은이여 깨어나라, 잠든 자는 춤출 수 없다" 연설은 지난 6·4 지방선거를 통해 달라진 '젊은 제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주지하다시피 변화·혁신을 바라는 세대교체 열망을 업고 지난 7월1일 50대의 원희룡 도지사와 이석문 교육감이 새로운 제주의 주역으로 나섰다. 젊은 제주시대가 개막하면서 도민들은 창의적인 리더십으로 행복한 제주를 가꿔줄 것을 부탁했다.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도정은 '더 큰 제주, 새로운 성장으로 세계의 중심이 되는 제주', 교육행정은 '배려와 협력으로 모두가 행복한 제주교육'을 각각 화두로 던졌다.
 
하지만 '젊은 제주'의 취임 50여일을 돌아보면 여전히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우선 원 도정의 평가는 지난 13일 단행한 후반기 정기인사에서 드러난다. 원 도정은 과장급 이상 간부공무원을 대거 교체하면서 일·능력 중심의 탕평에 중점을 뒀다고 자평했다.
 
탕평 인사는 전임 도정의 인사와 관계 없이 국장급 공무원을 중용하는 결과로 이어지면서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반면 공로연수를 6개월 앞둔 55년생 고위직을 배려한 결과 새 인물을 전면에 포진, 원 지사의 색깔을 담는데 한계를 드러냈다. 인재풀이 한정된 상황에서 55년생 고위직 6명 가운데 2명이 명예퇴직한 반면 나머지 4명 중 3명은 3급 부이사관으로 승진, '회전문 인사' 평가도 나오고 있다. 
 
물론 신체적 나이만을 기준으로 젊음과 능력을 논할 수는 없지만 원 지사가 인사를 앞두고 밝혔던 일 중심의 새로운 인물 배치와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55년생 고위직 승진자들은 전면이나 2선의 배치 여부와 관계 없이 도민의 삶을 살찌울 정책 개발에 더 힘써야 한다. 지방재정을 늘리지 못하거나 다른 지자체와 차별화된 정책을 만들지 못하면 일 중심은 커녕 승진 욕구만 해소시켰다는 책임론이 인사권자에게 돌아간다.
 
원 도정과 함께 '젊은 제주'의 한축을 이끌 이석문 교육감도 마찬가지다. 전교조 지부장을 역임했던 진보 성향의 이 교육감 취임으로 전임 보수 성향 교육감이 추진하던 정책 변화가 불가피하지만 편향성 시비가 잇따라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취임후 한시기구로 신설한 제주희망교육추진단이 전교조 소속 교사 중심으로 구성된 가운데 모 교사의 사전 승인이 없으면 장학관의 입안 정책도 교육감 결재를 받을 수 없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또 내년 3월1일부터 평교사도 장학관이 될 수 있도록 전문직 발탁의 문호를 확대했지만 '자기 사람 심기'의 뒷말도 제기된다. 
 
이 교육감이 편향성 시비를 받는 것은 진보 진영에만 치우친 행보로 다른 쪽이 소외될 수 있는 탓이다. 때문에 이 교육감은 장·단점을 지닌 진보·보수의 교육정책 중 장점을 취하는 혜안으로 교육가족·도민들의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
 
제주교육행정이 진영의 논리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희망교육추진단 소속 전교조 교사들의 인식 전환도 과제다.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진영의 논리를 극복할 때 진보·보수에 관계 없이 모두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아래로부터의 교육정책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젊은 제주가 주민 소득을 높이고, 교육가족의 행복을 실현하는 등 획기적 발전의 전환점으로 삼기 위해서는 도지사·교육감의 지혜와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아무리 명민한 지도자라 할지라도 혼자 뛰면 100리길, 공무원이 합심하면 1000리길을 갈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깨어 있어야 한다'는 '각성'(覺性)의 메시지를 '젊은 제주'가 새겨듣고 실천할 때 도민사회의 행복감도 높아질 수 있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