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영 조세정의네트워크 동북아챕터 대표·논설위원

제주도는 오래 전부터 미국의 하와이에 빗대어져 왔다. 필자도 해외에 있을 때면 늘 고향 제주를 얘기할 때 한국의 하와이라 소개해왔다.
 
우선 두 섬나라 사이의 유사점이 상당하다. 1946년 전라남도에서 분리된 제주도는 한국에서 가장 최근에 설치된 '도' 단위의 지방자치단체이고, 1959년 미합중국연방에 가입한 하와이도 미국에서 가장 최근에 탄생한 '주'이다. 미국의 주를 한국의 광역자치단체와 병립해 생각하자면, 지리학적으로 두 곳 모두 완전히 섬으로만 이뤄진 광역자치단체급 지역이기도 하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일견 유사점이 보인다. 하와이 주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은 미 연방 주총생산 합산액의 0.47%에, 제주의 경우 지역총생산(Gross Regional Domestic Product)이 전국의 0.94%에 미친다. 제주의 경우 귤, 보리 등 농업 생산과 수산업 기조에서, 하와이는 사탕수수, 파인애플, 샌들우드와 같은 토종목재, 고래잡이 등 농수산업 중심에서 관광서비스업으로 이동해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크게 다른 점이라면 하와이 경제 전체 지출액의 20% 가까이를 하와이 주둔 미군기지가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쨌든 하와이는 미국 및 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선호되는 관광 목적지 중 하나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하와이의 현실과 미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내부로부터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높은 세율, 무거운 투자자 부담 등으로 인해 외부인 입장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온 것은 오래된 일이지만, 내부에서 울리는 경고음이 외부의 시선을 끌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코노미스트 등 세계 유수의 언론과 하와이 현지 시민사회그룹의 우려는 거주민들의 불만과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꿈꾸는 현지 전문가 집단의 목소리를 공통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가장 큰 우려는 미래에 대한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제한된 면적이 하와이의 미래를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 공통적 이해다. 1961년 미국 최초로 토지사용 규제책을 마련한 하와이주는 48%가 보존지역으로, 47%는 농지로 묶여 분류돼 왔다. 그 결과 제한된 개발가능지역에 대규모 리조트와 회원제 콘도미니엄 등이 들어서면서 정작 거주민들의 거주 여건이 하락하고 비용은 급상승하는 결과를 낳게 된 것이다. 2012년 미 경제분석국에 따르면 미국 전체 381개 메트로 지역 중 하와이의 호눌룰루 지역이 뉴욕이나 산호세, 샌프란시스코 보다 더 비싼 동네로 이름을 올렸다. 음식, 주택 가격 등 여러 거주 생계비 항목을 종합 산정해 낸 순위이다. 6만달러에 육박하는 가구당 중간소득으로 전체 주 중 9위를 차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방 두 개짜리 주택을 얻으려면 뉴욕이나 캘리포니아 주민보다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하고 전기와 휘발유가격도 전미 최고 수준이다. 각종 재화와 서비스 가격도 미국 최고로 전미 평균을 20 % 이상 웃돌고 있다. 결국 하와이 현지인들은 '낙원의 대가'를 치르기 위해 평균적 미국인에 비해 더 긴 노동시간에 허덕이며 불투명한 미래와 싸우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에 대해 주정부와 현지인들은 경제 및 투자의 다변화(diversification)로 대응해오고 있다. 고용의 질과 대우가 열악한 관광산업 일변도에서 탈피해 교육과 차세대 에너지 분야 등으로 관심의 지평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이는 2007년 하와이주가 채택한 '하와이 2050 지속가능성 계획(Hawaii Sustainability Plan)'의 일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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