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문제 해결을 위한 4·3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지도 50여일이 지났다. 그러나 제주도의 4·3 후속조치 사업은 말만 무성한뿐 세부적인 추진방법에 대해서는 도무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제주 4·3위령공원조성 및 상징조형물 설치 계획’.

 조례를 무시한채 4·3범추위와 사전 협의도 없이 4·3위령공원 계획안을 현상공모해 물의를 빚더니 이번에는 세밀한 준비없이 일방적인 현상공모 설계지침을 발표해 혼란을 자초하고 있다.

 현상공모 접수 첫 날인 10일 오전 제주도청 회의실.

 제주도가 도내·외 건축사와 예술가 등 40여명을 대상으로‘제주4·3위령공원 및 상징조형물 기본계획안’에 따른 공모 요강과 설계 지침을 설명하는 자리였지만 참석자들은 시종 격앙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요강과 지침내용이 구체적이지 못하고 일관성을 잃고 있는데다 설계에 필수적인 사전 측량이나 지형도 등 기초 자료조차 제시되지 않고 있다는 게 그 이유였다.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5만여평에 이르는 지형의 굴곡·특성을 살필 수 있는 지형도(등고선간격 1m) 등도 없이 공모에 응하라는 것은 있을수 없는 일이다”,“상징조형물인 경우 작품마다의 특성이 인정돼야 하는데도 우수작과 입선작품을 변형시켜 설치한다는 규정을 만들어 쓸데없이 분쟁의 소지를 남기고 있다”는 것 등을 지적했다.

 이같은 논란이 또다른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했는지 도 관계자는 “별 문제없다.다시 검토하겠다”는 말로 진화에 나섰지만 그 때는 이미 제주도의 허술한 4·3행정을 드러낸 뒤였다.

 도의 난맥상은 이런 기술적인 문제에만 국한된게 아니다. 위령공원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므로 역사학자·사회학자 등 관계전문가의 참여를 보장해달라는 건의조차 외면한 제주도가 4·3후속작업에 얼만큼 심기일전하는 모습을 보일지 자뭇 궁금하다. <이태경 기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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