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1일 시작하는 정기국회는 파행을 거듭해온 '세월호 정국'의 후폭풍으로 상반기부터 산적해온 과제를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정기국회의 핵심활동은 국정감사를 통해 정부의 한 해 업무를 감시·평가하고, 새해 정부 살림살이를 위한 예산안을 심사하는 일이지만 올해의 경우엔 이들 업무 뿐만아니라 그동안 계속된 대치정국으로 제때 처리하지 못한 밀린 숙제들을 한꺼번에 해소할 형편이다. 
 
여야는 세월호 참사 이후 대치가 심화하면서 지난 5월부터 주요 쟁점법안은 물론, 의견차가 적은 단순 법안들조차 단 한 건도 처리하지 못한 '입법 제로' 상태다. 각 상임위에는 조속한 처리를 요하는 각종 법안들이 수북이 쌓여있다.
 
하지만 야당인 새정치연합이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면서 원내활동 참여보다 장외활동에 무게를 두며 정기국회 의사일정 협의에도 미온적 태도여서 국회가 언제 정상화될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야당이 일단 1일 오후 예정된 정기국회 개회식에는 참석하기로 했으나 이후 정국 대응에 대해선 '깜깜이' 상태여서 경우에 따라선 정기국회 파행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국회가 산적한 과제를 이번 정기국회에서 제대로 처리하기 위해선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당장 새해 예산안 심사를 위한 전단계인 2013회계연도 지출에 대한 결산안이 31일까지 처리돼야 하지만 8월 임시국회를 그냥 넘겨 정기국회로 이월됐다. 결산안은 현재 예결위 결산소위 심사를 마무리하고 예결위 전체회의와 본회의 의결을 남겨놓고 있다. 
 
뿐만아니라 당초 올해부터 분리해서 실시키로 했던 국정감사도 세월호법을 둘러싼 여야간 대치로 지난 26일부터 열흘간 하려던 1차 국감이 무산되면서 정기국회로 그대로 넘어왔다. 이에따라 올해도 국감은 예년처럼 정기국회 회기중에 20일간 '원샷'으로 실시되게 돼 정기국회 일정이 더욱 빠듯해졌다.
 
새해 예산안의 경우 올해부터는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11월30일까지 심의를 마치지 못하면 12월1일 국회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헌법에 규정된 예산안 법정처리 시한인 12월2일을 넘기지 않기 위해 올해부터 도입되는 제도 탓이다.
 
이에따라 정기국회 파행이 길어질 경우 예산안 졸속 심사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 국회가 시간에 쫓겨 지정된 기일내에 정부안 위주로 예산안을 처리한 뒤 뒤늦게 제대로 본격 심사를 벌여 수정안의 형태로 본회의에서 다시 의결하는 편법이 동원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극적인 국회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는 이상 국정감사 등 일정을 감안할 때 법정 심사 기일 안에 새해 예산안 심사를 마무리하기는 상당히 빡빡한 상황"이라며 "결국 예결위가 시일을 넘겨 권한도 없이 심사를 진행해 수정안의 형태로 예산을 처리하는 파행을 빚을 공산이 상당히 높다"고 전망했다.
 
쟁점 및 민생법안의 경우 앞길이 더 험난하다.
 
새누리당은 이미 세월호법과 민생법은 분리 처리해야 한다며 이른바 '송파 세모녀법'인 기초생활보장법 등 경제살리기 법에 대한 즉각 처리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월호특별법이 최고의 민생법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이 문제 해결없이 다른 과제를 논의하기 어렵다는 태도다.
 
세월호법 문제가 어떤 형태로든 풀리지 않는 이상 나머지 쟁점법안에 대한 논의 시작 자체가 현재로서는 불투명한 것이다.
 
더욱이 현재 16개 상임위 가운데 정무·기재·교문·농해수·산업·환노 등 6개 위원회는 하반기 원구성 이후 석달이 지나도록 법안심사소위마저 구성하지 못해 입법활동의 장애가 되고 있다. 
 
민생법안에 대한 여야의 시각차도 크다. 정기국회가 본궤도에 오른 이후에도 만만치 않은 뇌관이 곳곳에 숨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새누리당은 일단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우선 처리를 요구한 시급한 경제살리기법 30개를 비롯해 이미 국회 본회의에 계류중인 비쟁점법안에 대한 처리를 서둘러야 한다는 방침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대개조'를 위한 첫 번째 조치로 내건 정부조직 혁신의 밑그림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도 이번 정기국회 안에 조속히 통과시킨다는 목표다.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세월호법 논의에 밀려 경제살리기법, 민생법, 국가혁신법 등을 야당의 협의해 하루 빨리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30여개 경제살리기 법안 중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위한 주택법 개정안을 비롯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폐지법, 의료법 개정안 등 11개법을 '가짜 민생법안'으로 규정하고, 반대 의사를 분명하게 밝혔다. 입법심사과정에 치열한 공방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또 세월호특별법을 비롯해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 '유병언법(범죄수익은닉규제처벌법) 등은 최우선 처리 법안 목록에 일찌감치 포함됐다.
 
새정치연합 우윤근 정책위의장은 "가장 먼저 세월호 특별법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김영란법, 유병언법 등도 중점 처리법안"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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