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사람들은 가끔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낯선 곳에 가게 되면 반드시 그 지역의 시장을 찾아가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시장은 그 지역 사람들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들어 제주에 오는 관광객들이 전통시장을 찾는 비율이 부쩍 늘고 있다. 특히 중앙로, 동문시장, 오일시장, 서귀포시장 등을 가면 외국인들의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이제는 시장관람이 관광코스의 하나로 정해진 것 같다.  

 

외국인의 눈에 우리네 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장소가 아니라 시장 문화 자체를 흥미롭게 보고 즐길 거리로 생각하는 듯 싶다. 옛날부터 시장은 딱히 물건을 사지 않아도 먹거리, 볼거리가 많고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는 광장 역할을 해왔다. 얼핏 보기에는 무질서하고, 엉망인 것 같지만 예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전통과 나름대로의 질서와 원칙이 담겨져 있었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일상에 지치고 힘들 때면 시장을 찾아가 삶의 애환과 회포를 풀곤 했다. 

 

하지만 지금 전통시장은 위기에 처해 있다. 그 이유로는 대형유통업체가 등장하면서 부터다. 이들은 현대식 건물에 최신 판매시스템을 갖추고 갖가지 상품으로 소비자를 유혹하면서 그동안 시장을 이용했던 사람들의 발길을 돌리게 만들었다. 또한 필요한 물건을 안방까지 배달해주는 TV홈쇼핑, 전자상거래의 유통 변화도 시장이 속수무책으로 손님을 빼앗길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전통시장이 사라진다는 것은 단순히 물건 살 곳을 잃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삶과 문화가 녹아든 장소가 없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전통시장을 살린다는 것은 오래된 상업지역을 지킨다는 의미를 넘어서 지역 문화가 깃든 장소의 가치를 되살리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들어 전통시장으로 사람들의 발걸음이 잦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시장을 찾는 이유로는 과거의 추억과 시장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에서 볼 수 없는 넉넉한 인심을 맛볼 수 있고, 말만 잘하면 덤을 얻을 수 있는 인간적인 정을 느낄 수 있다.

 

며칠 전 도내 시장을 답사할 일이 생겨 전통시장을 둘러보면서 느낀 점은 우리네 시장이 아직도 쾌적함이나 편리함에서 대형마트보다는 부족하지만 그래도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예전에 비해 상인들 표정이 밝아졌고 서비스도 좋아졌다. 또한 시장 공간도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으로 편리한 시설로 바뀌어 과거에 비해 많은 부분이 변화되어 있었다. 그러나 아직도 주변 환경이 지저분하거나 편의시설이 부족하고 시장마다 특색이 없는 시설물들로 이루어져 개선할 점도 많았다. 

 

전통시장이 지금의 모습에서 탈피하고 더욱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어느 시장이나 천편일률적인 모습이 아니라 시장마다 개성이 살아 숨 쉬는 색깔 있는 모습을 갖춰야 한다. 

 

그 곳에 가야만 살 수 있고, 볼 수 있는 맛과 멋 그리고 따스한 정이 흘러야 한다. 무엇보다도 그 시장에 가야만 느낄 수 있는 감동이 있어야 한다. 

 

차별화한 모습으로 시장이 거듭날 때 대형마트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자연스럽게 전통시장으로 옮기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말복과 입추가 지나고 어느새 코앞으로 추석이 다가왔다. 풍성한 수확의 기쁨을 만끽하는 명절이다. 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은 상인 스스로 시장을 살리기 위한 자구책을 강구하고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하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