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희 편집위원

2015학년도 대입 수시모집이 오는 6일부터 시작된다. 이제 본격적인 대입체제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수험생들에게 대입은 10년 넘게 준비해온 치열한 입시경쟁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대입의 성공과 실패에 따라 앞으로의 삶도 달라지는 현실에서 수험생도, 학부모도 모든 것을 걸고 매달릴 수밖에 없다.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지출의 12%가 교육에 쓰였다. 사교육비가 국내총생산(GDP)의 1.5%에 달할 정도다.
 
우리나라의 입시경쟁은 외국 언론에도 좋은 뉴스거리가 되기도 한다.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지난해 11월7일 국제적으로 발행되는 영어 일간 신문인 인터내셔널 뉴욕타임스는 '과열된 대입 경쟁이 한국을 망가뜨리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대입 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신문은 '아시아의 대입 열기'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날 한국에서 고등학생 60만명이 잔혹한 대학 입학시험을 치렀다"며 "시험 결과는 그들의 직업에서부터 결혼에 이르기까지 남은 인생을 결정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대입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누구보다 우리가 더 잘 알고 있다. 정부가 잘못된 것을 바로잡겠다며 제도 개선을 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너무 자주 손대고 바꾼다는 것이다. 그것도 도대체 이게 과연 나은 방향인지 알 수도 없게 말이다. 대학별 단독시험제부터 대입 국가고사, 대입 예비고사, 학력고사,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등으로 우리나라의 대입제도는 그동안 쉼없이 변했다. 여기에다 대학별로 치르는 시험까지 더하면 셀 수 없을 정도다. 제도가 발표되고 1년도 채 못돼 용도 폐기된 제도도 허다하다. 그렇게 1969학년도에 예비고사가 도입된 이후 지난해 입시까지 46년간 모두 38차례가 바뀌었다고 한다. 1.2년에 한번꼴로 새로운 대입 제도가 시행됐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교육부가 지난 1일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고등학교 1학년부터 적용 대상으로, 한국사가 필수영역이 된다. 지난해 도입됐던 국어, 수학, 영어 수준별 시험은 1년만에 폐지된다. 다만 A/B형을 선택하는 학생 수에 따라 대입 유·불리가 달라지는 점 등을 고려해 올해 수능에서는 영어 수준별 시험만 폐지되고, 2017학년도 수능에서는 국어와 수학 수준별 시험까지 모두 폐지된다.
 
이에 앞서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현재 중학교 3학년들이 응시하게 될 2018학년도 수능부터 영어를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영어 사교육을 줄이겠다는 것이지만 시행 목적도 달성하지 못하고 오히려 수학과 국어의 풍선효과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수능을 대체하기 위해 MB정부 때 300억여원을 쏟아부어 개발한 국가영어능력시험(NEAT)도 올해 수능부터 영어 과목 시험과 대체하겠다던 당초 계획과 달리 반대 여론으로 결국 없던 일로 결론났다. 지난 4년간 여기에 맞춰 준비해온 학생과 학부모들은 마디로 '멘붕'이다.
 
이처럼 잦은 대입제도의 변경은 수험생과 학부모를 혼란에 빠뜨리고 공교육에 대한 불신만 부추기게 된다. 시험공부를 하는 것보다 널뛰기 하는 대입제도를 따라잡기가 더 힘들다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호소를 허투루 들어서는 안된다. 대입제도를 바꾸려면 학생, 학부모, 일선 학교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 물론 모두를 만족시키는 제도를 만들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대입제도의 개선은 수요자인 학생들에 대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공교육을 정상화시키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그리고 한번 결정된 제도는 안정성과 지속성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정권이 바뀌고 교육부장관이 바뀔 때마다 바뀌어서야 제대로 된 제도라 할 수 없다. 얼마 안 가 또 바뀔 정책인데 누가 신뢰할 수 있겠는가. 교육은 100년 대계라 했는데 100년은 고사하고 10년도 못가는 우리의 대입제도가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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