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한광옥(韓光玉)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12명이 2일 최고위원직 일괄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시내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최고위원 간담회를 열어 10.25재보선 패배 이후의 당내갈등 수습책을 논의, 이같이 결정하고 한 대표가 이를 총재인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보고키로 했다.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최고위원은 별도의 반려절차가 없어 사퇴의사 표명으로 효력이 발생하며 대표도 최고위원 가운데서 지명되므로 이날 최고위원들의 일괄사의 표명으로 당 지도부는 사실상 공백상태에 빠지게 됐다.

이와 함께 김명섭(金明燮) 사무총장을 포함한 전 당직자도 이날 일괄사표를 제출했다고 전용학(田溶鶴) 대변인이 전했다.

전 대변인은 최고위원 간담회 후 "10.25 재보선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고 오늘최고위원들이 일괄사의를 표명했다"며 "구체적인 절차는 한 대표에게 위임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민주당 지도부가 일괄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재보선 패배 후 당내 개혁파들의 즉각적인 당정쇄신 요구 등으로 불거진 당내 갈등과 내분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간담회후 박상천(朴相千) 최고위원은 "한 대표가 사의표명을 만류했으나 설득력이 없었다"며 "최고위원들이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3일 청와대 최고위원회의에도 일반 당원으로서 참석하게 된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지도부 공백에 대해 "최고위원 12명 가운데 5명은 지명직이기 때문에 총재가 5명을 새로 지명, 임시 지도부를 구성하는 방법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 대변인은 "사표제출이 아니라 사의표명"이라고 강조, 총재가 반려할 경우 사의표명을 번복할 수도 있음을 시사, 최고위원 사퇴절차를 둘러싸고 논란이 예상된다.


한편 민주당 총재인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주재로 3일 낮 열릴 예정이었던 청와대 최고위원회의가 7일 오후로 연기됐다.

민주당 전용학 대변인은 2일 "내일로 예정된 청와대 최고위원회의가 브루나이에서 열리는 김대통령의 "아세안+한중일" 정상회담 일정이 끝난 뒤인 7일로 연기됐다"고 발표했다.

대변인은 회의연기는 "김대통령의 정상회담 준비에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이 감안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최고위원들이 "이미 일괄사의를 표명한 만큼 최고위원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할 수는 없다"며 최고위원직 사퇴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서울=진행남, 김철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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