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의 신곡 발표를 앞두고 인터뷰 장소에 들어서는 가수 존박의 얼굴에 별다른 긴장이나 불안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전날 새벽까지 친한 형인 래퍼 개리의 작업을 돕느라 조금 피곤한 상태라며 다소 무심한 표정을 지었다. 
 
배포된 보도자료의 '음악적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문구가 역시나 관습적인 표현이 아니었을까 생각한 것도 잠시, 본격적인 대화에 앞서 들어본 그의 신곡 '유'(U)는 전주부터 새로움의 연속이었다.
 
예상과 다른 음악 스타일에 머릿속 질문을 정리하다 우연히 눈이 마주치자 그는 그제야 씨익 웃으며 "많이 다르죠"라고 묻는다. 오는 12일 싱글 '유'를 발표하는 가수 존박을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혹시 댄스곡 같지 않나요. 그런 부분이 염려가 되긴 했어요. '갑자기 존박이 댄스곡을 하네?'라는 이야기가 나올까봐요. 그런데 뮤직비디오를 보시면 알겠지만 제가 춤을 추지는 않거든요. 그냥 '빠른 템포의 신나는 노래에 존박의 새로운 면을 담았다' 정도로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이번 싱글은 엑소의 '으르렁'과 팝스타 저스틴 비버의 '원 레스 론리 걸'을 만든 프로듀서 신혁(29)이 이끄는 작곡팀 '줌바스'의 작품이다. 마치 밴드 원리퍼블릭이나 마룬파이브의 음악이 떠오를 정도로 세련되면서도 신나고 강렬하다.
 
신혁이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로 가서 함께 일주일 동안 무려 네 곡을 만들었고, 그 중의 한 곡이라고 했다.   
"소속사 대선배님들은(그가 속한 '뮤직팜'에는 김동률, 이적 등 내로라하는 싱어송라이터가 있다) 굉장히 꼼꼼하게 체계적으로 음악을 만드는 스타일인데 신혁 프로듀서님은 굉장히 빠르게 만드세요. 이것저것 좋다면 쉽게쉽게 시도하시고요. 이렇게 느낌가는 대로 즉흥적인 작업은 처음이었어요."
 
'댄스'가 어울릴 정도로 변신을 꾀했지만 팬들은 그를 음악 방송에서 보려면 아쉽게도 더 기다려야 한다. 다양한 방송 활동은 하겠지만 이번 곡으로 무대를 꾸미지는 않을 예정이라고 했다.  
 
"생각해보니 카메라 안에서 이 노래로 제가 무엇을 더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어요. 제가 춤을 추는 것도 아니잖아요.(웃음) 마이크를 쥐고 3분 동안 노래를 부르면 오히려 지루하게 느껴질 것 같았죠. 자극적이고 신선한 사운드를 귀로만 들어도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을까요."  
 
대신 시각적인 만족은 뮤직비디오를 통해 가능할 것 같다. 그는 "완성된 뮤비를 봤는데 이전과 너무 다른 모습이어서 적응이 안 됐다. 남자의 집착을 다룬 곡이어서인지 뮤비도 섬뜩한 느낌이 드는 연출이 이뤄졌다"고 소개했다.
 
뮤비 속의 연기를 논하다 예능 프로그램 이야기로 흘렀다. 사실 지난 1년간 음악보다 주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팬을 만나온 그는 "음악을 할 때는 항상 나도 모르게 더 진지해진다. 그래서 이번에 음악을 발표하며 예능에서 보인 모습과 다른 것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어제 개리 형과도 얘기했는데 참 어려운 것 같아요. 방송에서 친근하게 보이면서 음악으로는 또 진지한 감성을 표현하는 것이요. 욕심을 좀 내려놓을 줄도 알아야 하는데...(웃음)" 
 
댄스까지는 아니더라도 조금만 편곡하면 록페스티벌에서도 충분히 통할 만한 신나는 사운드다. 그는 "그렇지 않아도 그랜드민트페스티벌에 나간다. 무대에서 다르게 편곡해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 재미있을 듯하다"며 미소지었다.
 
작년 7월 정규 1집 '이너 차일드' 이후 1년여 만의 싱글 앨범이다. 요즘처럼 쉬지않고 경쟁적으로 신곡을 내놓는 가요계 분위기에 젊은 뮤지션으로서는 비교적 과작이다.  
 
"1년이 오래 걸린 건가요?(웃음) 선배님들 작업 보면서 저도 닮아가는 것 같아요. 음악에 욕심도 생기고, 제 곡으로 앨범을 채우고 싶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제는 자주 앨범을 내려고요. 덜 아끼고 더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졌어요."
 
벌써 4년 전 이야기이지만 그의 궤적을 짚어보면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를 빼놓을 수 없다. 최근 슈스케의 새로운 시즌도 시작했고, 그간 다른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뜨고 졌다. 그가 나름 '오디션 프로그램' 분야 선배인 셈.
 
"오디션 프로그램 후배들이라고 특별히 다른 생각은 없어요. 예컨대 김예림씨나 악동뮤지션을 봐도 '멋진 아티스트네', '노래 잘하는 가수네'라고 생각하죠."
 
그는 다만 "프로그램을 시청할 때는 '참가자들 얼마나 힘들까. 고생이 많다'라는 생각은 한다"면서 "슈스케의 이번 시즌 참가자 곽진원 씨와 예전에 어쿠스틱 공연을 한 인연이 있는데 잘 되면 좋겠다. 응원하고 있다"고 애정을 보였다.
 
존박은 가수로서 궁극적 목표를 묻자 "별로 바라는 게 없다"면서 "다양한 사람과 오랫동안 재밌게 작업하는 것이 유일한 바람"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그의 음악 인생에서 현 단계를 '슈스케' 대회에 비유한다면 어디쯤일까.
 
"예선인 것 같요.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도 하지 않은 단계죠. 원래 예선은 참가자들이 최대한 많은 것을 보여주려 하잖아요. 저도 스스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기보다 '짜자잔, 이것도 했고, 저것도 했어요'라고 선보이고픈 마음이에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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