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왔다! 장보리' 시청률 25% 돌파 공약, 작가와 상의해 드라마에 활용

"시청률 25%를 넘을 가능성이 0%라고 생각했어요. 워낙 시청률 가뭄 시대잖아요. 제가 명동에서 정말 엑소의 '으르렁' 춤을 추게 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죠. 그래서 흔쾌히 공약을 한 건데 웬걸….(웃음)" 
 
MBC TV 주말극 '왔다! 장보리'에서 남자주인공 이재화를 연기하고 있는 김지훈(33)은 지난달 26일 오후 사람으로 미어터지는 서울 명동 한복판에서 엑소의 으르렁 댄스를 췄다.  
 
5~6시간 동안 진행된 촬영에서 그는 신인그룹 헤일로와 함께 대여섯 번에 걸쳐 으르렁 댄스를 췄고 이어 장미꽃과 함께 '보리보리' 오연서에게 청혼을 했다.
 
이날 촬영분은 그로부터 5일 후 '왔다! 장보리'에서 이재화가 보리에게 공개청혼을 하는 감동적인 장면으로 전파를 탔다.  
 
무심코 보기엔 작가가 로맨틱한 청혼장면을 위해 구상한 내용 같지만 사실은 사연이 있는 장면이다.  
 
 
지난 4월 '왔다! 장보리'의 제작발표회에서 오연서가 시청률 25% 돌파 공약으로 "김지훈 씨가 명동 한복판에서 엑소의 으르렁 댄스를 출 것"이라고 난데없이 말해버린 게 그 출발이다.  
 
김지훈은 7일 전화인터뷰에서 "그때 연서가 갑자기 그렇게 말하자 속으로는 '뭐지?'라면서도 25%는 절대로 안 넘을거라고 생각해서 흔쾌히 그렇게 하겠다고 공약해버렸다"며 웃었다.  
 
그런데 '왔다! 장보리'는 25%는 애초에 넘고 35%(TNmS 수도권)까지 찍었다.
 
"시청률이 20%를 넘어서면서 불안 불안했다. 설마 설마 하면서도 슬슬 준비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며 웃은 그는 "진짜 25%를 넘어 공약을 지켜야 하게 되자 춤 연습을 해야 한다는 부담은 있었지만 기분은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정말 연습을 많이 했어요. 밤잠을 못 자가면서 매일 1~2시간씩 연습했어요. 처음에는 연예프로그램과 함께 명동에 가서 간단하게 찍고 올 생각이었는데 작가님이 대본에 재화가 보리랑 데이트를 나갔다가 갑자기 으르렁 댄스를 추는 장면을 넣으면서 일이 너무 커져 버렸죠. 작가님은 저를 위해 일부러 그런 내용을 대본에 넣어주신 건데 춤 연습을 하다 보니 그냥 공약을 지키는 것만으로 넘어가기엔 많이 아쉽더라고요. 데이트를 하다가 갑자기 명동에서 춤을 추는 것도 좀 어색한 것 같았고요. 그래서 제가 작가님께 전화를 걸어 아예 재화가 보리에게 제대로 된 프러포즈를 하는 장면으로 활용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죠. 작가님이 대본을 수정해주셔서 결국 그렇게 엄청난 이벤트가 됐어요.(웃음)"
 
공약 이행 차원이었지만 방송에서 김지훈이 보여준 춤솜씨는 수준급이었다.
 
"과거 가수 기획사에 잠깐 연습생으로 있었어요. 그런데 그건 10년도 훨씬 더 지난 일이죠. 그래도 그때 경험이 있어서인지 이번에 연습을 하니까 몸이 늙지는 않았더라고요.(웃음) 또 마침 엑소의 으르렁 안무를 만든 친구가 제 절친이라 그 친구에게 특별 교습을 받기도 했습니다. 사실 제작진이 제가 명동에서 과연 잘해낼까 걱정이 많았어요. 그런데 촬영을 마치고 나니까 기대 이상이었다고 칭찬하더라고요.(웃음)"  
 
'왔다! 장보리'의 이야기를 크게 세 축으로 나누면 연민정의 악행, 보리와 의붓엄마 도씨의 진한 애증, 보리와 재화의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보리와 재화는 6일 방송에서 드디어 결혼에 골인했다. 그렇게 되기까지 산 넘고 물 건너 온 두 사람은 결혼에 앞서 보리가 사실은 재화의 어릴 적 첫사랑 은비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로맨틱함의 정점을 찍었다.  
 
김지훈은 보리가 은비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장면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어떻게 이래?"라고 외치며 벅찬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기쁨의 눈물을 쏟아냈는데, 김지훈이 실제로 이재화가 된 듯 연기가 살아있었다.
 
김지훈은 "한 번에 오케이(OK)가 난 장면이었다. 감정이 잘 잡혔다"면서 "재화한테는 가장 중요한 감정연기 중 하나였기에 잘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꿈속의 사랑인 은비가 지금의 결혼상대인 보리와 동일인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재화로서는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들 거예요. 가슴이 벅찬 것은 물론이고 더 이상 바랄 나위가 없는 거죠. 다른 사람들에 비해 늦게 알았다는 서운함까지 스쳐 지나가면서 복잡한 생각 속에서 감격스러운 순간을 맞이한 거죠."
 
'왔다! 장보리'는 막장 드라마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지만 주연급들이 소화해내야 하는 연기의 폭은 상당히 넓다. 이재화 역시 허허실실한 한량, 냉철하고 열정적인 검사, 로맨틱하고 헌신적인 연인 등을 오가고 있다.
 
김지훈은 "재화를 연기하면서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이 어떻게 하면 더 다양한 연기를 보여줄까 하는 점이었다. 한 장면 안에서도 변화를 주려고 노력했다"면서 "제 가능성을 실험해볼 기회라고 여기고 매 신 고민을 하며 연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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