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대출로 인한 부실발생 우려도

은행의 대출 증가세가 가팔라졌다. 가계뿐만 아니라 기업 대출도 빠르게 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은행 대출의 증가세는 자금 수요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유도 등 '빚 권하기' 정책에도 원인이 있어 벌써부터 과도한 대출로 인한 부실 발생 우려가 나오고 있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말 현재 예금은행의 총대출 잔액(분기말 원화대출 기준)은 1천197조2천521억원으로 1년 전보다 6.3% 늘었다.
 
지난 2011년 12월말 7.7%를 기록하고서 2년 6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년 동월비 증가율은 작년 3월말 3.2%를 저점으로 6월 3.9%, 9월 4.1%, 12월 5.0%, 올해 1월말 6.1% 등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다.
 
◇ 기업·가계 대출 증가세 동반 상승…정부 정책도 영향
 
예금은행의 대출은 기업, 가계를 가리지 않고 증가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가계대출은 부동산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갈수록 빠르게 늘고 있다.
 
7월말 가계대출 잔액은 492조6천186억원으로, 1년 전보다 4.6% 늘어 2012년 2월(4.6%) 이후 2년 5개월만에 최고의 증가율을 보였다. 가계대출 증가율은 작년 4월말 1.9%를 저점으로 작년 10월 3.0%대로 올라왔고 올해 3월 4%대로 상승했다. 
 
부동산담보대출(341조829억원)만 보면 증가율은 작년 4월 1.7%에서 올해 7월에는 6.2%로 급등했다. 
 
조달자금의 덩치가 큰 기업 대출도 비슷한 추세다.
 
6월말 기업대출 잔액은 679조2천179억원으로 1년 전보다 7.3% 늘었다.
 
증가율은 작년 1분기 4% 후반대(1월 4.8%, 2월 4.8%, 3월 4.9%)에서 점차 상승해 올해 1분기에는 6% 후반대(1월 6.9%, 2월 6.9%, 3월 6.7%), 2분기에는 7% 중반대(4월 7.3%, 5월 7.7%, 6월 7.3%)로 높아졌다.
 
예금은행의 대출 증가는 기본적으로는 경제 상황을 반영한다.
 
실제 국내총생산(GDP) 기준 성장률은 2012년 2.3%에서 2013년 3.0%로 올랐으며 올해 전망치는 3% 중후반대다. 
 
그러나 최근 예금은행의 대출 증가율은 성장률의 2배 수준에 달할 만큼 높은 편이다. 
 
경기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정책이 반영된 결과다.
 
그동안 가계 대출의 증가는 공유형 모기지, 취득세 인하 등 부동산 관련 대책의 영향을 크게 받았고 기업 대출은 중소기업 대출 독려 등 정부의 입김이 적잖이 작용했다는 게 금융권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 '빚 권하기' 정책 가속화에 우려의 목소리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7월 2기 경제팀의 수장을 맡고서 바로 성사시킨 정책은 주택담보대출의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부동산 금융 규제 완화였다. 
 
8월부터 시행에 들어갔지만 시장 심리는 이미 영향을 받고 있다.
 
7월 중 전국의 주택 매매거래량은 7만6천850건으로, 작년 7월(3만9천608건)보다 94.0% 늘었다. 
 
이에 따라 가계가 예금은행에서 빌린 주택담보대출은 7월말 현재 391조1천억원, 한달사이 2조8천억원이 늘었다.  
 
기업대출 분야에서도 박근혜 대통령, 최 부총리, 신제윤 금융위원장 등이 '금융권의 보신주의'에 대해 잇따라 질타하면서 기술금융을 중심으로 은행권이 받는 압박이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은행 모두 중소기업 대출이 건전성의 아킬레스건"이라며 "정부 입장에선 중소기업을 살려야 경제가 활성화되는 만큼 이해는 되지만 은행으로선 부담스럽다"고 최근 분위기를 에둘러 말했다.
 
향후 초래될 부실 가능성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국내 은행의 보수적 자금운용 관행과 개선과제' 보고서에서 과거 경험으로 볼 때 대출자산 증가율이 지나치면 부동산 가격 폭등, 가계부채 급증 등 각종 부작용을 초래했다고 경고했다.
 
2003∼2012년 은행의 대손비용과 대출 증가율 등을 분석한 결과, 대출 증가율이 성장률보다 높으면 1∼2년 뒤 대손 비용이 증가했다는 분석도 함께 소개했다
 
보고서는 정부가 대출 증가를 압박하기보다는 은행권이 리스크에 합당한 적정이윤을 확보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보장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담고있다.
 
또 다른 은행의 임원도 "박 대통령이 강조하는 것처럼 신용대출을 늘리고, 관계형 금융이나 기술 금융을 키우면 사후 부실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볼멘 소리를 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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