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청즉명 편청즉암(兼聽則明 偏聽卽暗)'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중국 역사상 위대한 군주중 한명으로 칭송받는 당태종 이세민과 최고의 학자로 손꼽힌 위징간의 일화이다.
 
당태종은 아버지 고조가 당나라를 창건하는 데 일등공신이었으나 차남인 탓에 태자에 오르지 못하자 형인 태자와 친동생을 죽이고 아버지를 강제 퇴위시키며 왕위에 오른다.
 
당시 위징은 태종에 의해 살해당한 태자 이건성의 책사이다. 그는 태자에게 태종을 먼저 독살해야 한다는 계책까지 내놓아 태종이 정권을 잡으면서 가장 먼저 위징을 참살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중용된 인물이다. 태종은 강직하며 직언을 서슴지 않은 인물됨으로 가신그룹의 반대를 무릅쓰고 근거리에 두었다고 한다.
 
당태종이 "어떻게 해야 일을 공정하게 처리하고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는가" "일을 잘못 처리하는 경우 그 원인은 무엇인가"라고 묻자 위징은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다 들어보면 자연스럽게 정확한 결론을 얻을 수 있으나, 어느 한쪽 말만 듣고 그것을 믿는다면 일을 잘못하게 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겸청즉명 편청즉암'이란 교훈을 진언했다고 전해진다.
 
공론화는 많은 이야기를 듣는  '겸청'의 과정이다. 
 
누구든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하고 편견 없이 들어야 한다. 논의에 필요한 정보는 모두에게 정확히 제공돼야 하고 논의 과정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이러한 열린 소통의 과정을 통해 오해는 이해가 되고, 불안은 신뢰가 돼 갈등을 넘어 화합의 길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도내에서 '초·중·고등학교의 9시 등교'를 놓고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학생 건강권과 행복추구권을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 교육적·사회적 부작용을 외면하는 이념적 담합정책이라는 반대 입장이 상존하고 있다. 당연히 찬반 목소리는 있을 수 있다.
 
문제는 교육청의 공론화 과정에 있다. 논의에 필요한 정보인 장점과 단점, 찬성과 반대 입장 등을 제공하고 설문, 토론회, 공청회 등 의견수렴 절차를 충실하게 밟아야 하는 데 이런 모습이 부족하다.
 
우리가 바꿔야 할 것은 진보, 보수의 색깔 보다는  '겸청', 공론화의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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