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성산악회, '시로히마산악회' 초청 한라산 등반
장애인 7명 업고·부축하며 윗세오름 올라 '훈훈'

▲ 지난 20일 한국의 '엉성산악회' 회원들이 일본 중증장애인들이 있는 '시로히마 산악회'를 초청해 장애인과 함께하는 특별한 한라산 산행길에 나섰다.
"세계자연유산인 한라산에 올랐다는 게 믿기지 않네요. 끝까지 함께 한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오늘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겁니다"
 
지난 20일 영실 한라산 등산로 휴게실 앞.
 
휠체어를 탄 장애인과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는 중증 장애인들이 등산화 끈을 단단히 매며 한라산에 오르는 희망을 얘기하고 있었다.
 
바로 우리나라 '엉성산악회(회장 이근형)' 회원들이 일본 중증장애인들이 있는 '시로우마(しろうま)산악회(회장 다카하시 마사토)'를 초청해 특별한 한라산 산행 길에 나선 것.
 
이날 산행에는 엉성산악회 13명과 일본에서 온 시로우마 회원 18명(장애인 7명) 등 모두 21명이 함께 했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과 함께 산에 오르기는 쉽지 않았다. 엉성산악회 회원들이 돌아가며 장애인을 업으며 산행을 도왔다. 걸어서 오르려는 장애인에게는 2, 3명이 양쪽에서 부축하고 뒤에서 밀며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옮겼다.
 
이날 코스는 일반 등산객인 경우 1시간 30분만에 오르는 코스지만, 3시간 넘게 지나서야 목표지점인 윗세오름에 도착할 수 있었다. 힘든 여정에도 한국과 일본 산악회원들은 장애인과 함께 구슬땀을 흘리며 하나가 됐다.
 
회원들에게 업혀 윗세오름에 오른 나가시마 키요타카씨는 "한라산에 오를 상상도 못했는데 너무 아름답고 기쁘다"며 "혼자 오르기도 힘들 텐데 자신을 업고 오른 산악회원들이 너무나 감사하다"고 말했다.
 
회원들이 도와주기는 했지만 걸어서 직접 오른 다카하시 유키라씨는 "한라산이 이렇게 아름다운지 처음 알았다"며 "여러 회원들이 힘을 모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키요타카씨를 업고 한라산에 오른 이창훈씨(20·부천대)는 "힘들기는 했지만 장애인이 함께하는 아름다운 산행에 같이할 수 있어서 행복하고 뿌듯하다"며 "앞으로도 장애인을 위한 일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근형 엉성산악회 회장은 "산에 오르지 못하는 일본 장애인들에게 세계자연유산인 한라산의 정취를 전하고 삶의 의지를 다지는 계기를 주기 위해 한·일 합동 한라산 등반을 마련했다"며 "또 민간 교류가 얼어붙은 한·일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김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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