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화 벨롱장·협재 해거름전망대·법환 소랑장 등
아마추어 예술인 모인 작은 시장…관광명소 부상

▲ 사진은 지난 20일 세화해변에서 열린 벼룩시장 '벨롱장'. 길모퉁이를 가득채운 상인과 고객들이 제주 벼룩시장의 인기를 실감나게 했다. 이소진 기자
20일 오전 11시 구좌읍 세화 해변. 길모퉁이에 모인 상인과 손님들의 흥정 소리가 정겹다. 이곳은 한 달에 2번(5·20일) 열린다는 벼룩시장 '벨롱장'이다.
 
도내 아마추어 예술인을 비롯해 규모가 작은 사업장의 로컬상품 등이 이 곳 시장의 주요품목이다. 소라에 담긴 양초, 옛날 한복으로 만든 가방, 집에서 재배한 과일로 만든 잼, 직접 찍은 사진을 담은 엽서, 소라껍질로 만든 머리핀 등 '제주'다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제품이 가득하다.
 
제주도민은 물론 관광객들의 발길로 상품은 순식간에 동이 났다. 
 
관광객 좌혜경씨(33·서울 은평구)는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의 추천으로 찾아왔다"며 "에메랄드빛 바다를 배경으로 좌판을 펼쳐놓은 벼룩시장의 모습은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인 듯하다. 사는 재미가 솔솔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최근 제주도에는 이러한 벼룩시장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벨롱장을 비롯해 한담 놀맨과 장전리 반짝반짝 착한가게, 일도1동 멩글엉 폴장, 신흥 벼룩시장, 판포 해거름전망대 시장, 비자림 한번해보장, 대평리 소소장, 법환 소랑장, 섶섬 구두미 등 다양한 벼룩시장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시작은 10명 이내의 상인들이 꾸민 작은 벼룩시장에 불과했지만 최근 관광객들의 입소문으로 수백 명이 찾는 명소로 탈바꿈했다.
 
벨롱장의 경우 이날 갓길 150m 정도를 가득 채울 만큼의 상인들이 참여했으며 1000명에 가까운 방문객들이 다녀갔다.
 
지난 3월 세화리에 이주하고 4월부터 벨롱장에 참가했다는 고경혜씨는 "2~3달 전부터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예전에 소박한 멋이 있었다면 이제는 관광지 같다"며 인기를 증명했다.
 
다만 시장의 인기에 편승해 행정이 직접적으로 개입하거나 전문 상인들이 참여해 벼룩시장의 멋과 취지가 퇴색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적지 않다.
 
제주시 도남동에 사는 이수경씨(27)씨는 "서울의 홍대, 가로수길, 삼청동 등 예술인들의 꾸민 거리가 대기업들의 입김으로 상업화 거리로 변화된 사례가 있다. 서귀포의 경우 잘 되던 벼룩시장이 행정의 개입으로 와해된 일이 있다"며 "성숙한 시민의식을 통해 좋은 문화가 오래도록 유지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이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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