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외환·기업·농협은행 등 '철면피 인상'…최대 0.24%p 올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렸는데 은행들의 대출금리는 되레 올라가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은행들이 시장금리의 하락을 상쇄하기 위해 가산금리를 대폭 올린 탓이다. 수익 극대화에 골몰한 은행들의 이런 행태에 금융 소비자들의 거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 하나·외환·기업·농협, 대출금리 최대 0.24% 포인트 인상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연 2.25%로 0.25%포인트 내리자 금융감독원은 은행 여신담당 임원들을 불러 금리인하 효과가 가계 대출금리에 즉각 반영되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낮춰 가계의 빚 부담을 덜어줘야만 침체된 경기의 회복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지난달 상당수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내리기는커녕 되레 올렸다.
 
은행연합회 공시 자료를 보면 외환은행이 취급한 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의 평균 금리는 7월 연 3.35%에서 지난달 연 3.59%로 0.24%포인트나 뛰어올랐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렸는데 외환은행은 반대로 대출금리를 0.24%포인트 인상한 것이다. 
 
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은 대출 만기까지 원리금을 나눠 갚는 주택담보대출로, 가계대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농협은행이 취급한 주택담보대출의 평균 금리도 7월 연 3.31%에서 지난달 연 3.5%로 0.19%나 올랐다.  
 
기업은행[024110]도 이 기간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연 3.3%에서 연 3.41%로 0.11%포인트 인상했으며, 하나은행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도 연 3.57%에서 연 3.59%로 올랐다. 
 
같은 계열사인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지난달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는 담합이라도 한 듯이 연 3.59%로 똑같다. 이는 우리(연 3.44%), 국민(연 3.49%) 등 다른 시중은행들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 대출 잘 되자 가산금리 올려 '배짱영업'…금융 소비자만 '봉'
 
한은의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올릴 수 있었던 비결은 가산금리의 대폭적인 인상에 있었다. 
 
가계대출 금리는 '기준금리+가산금리'로 이뤄진다. 기준금리는 시장금리에 연동돼 달라지지만, 가산금리는 은행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외환은행은 7월 0.6%포인트였던 주택담보대출의 가산금리를 지난달 1.06%로 무려 0.46%포인트나 올렸다. 농협은행과 기업은행도 가산금리를 각각 0.20%포인트, 0.15%포인트 인상했다.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가산금리 인상으로 상쇄시킨 것이다. 
 
은행들의 이 같은 '배짱 영업'은 주택담보대출이 호조를 보여 굳이 대출금리를 내리지 않아도 될 정도로 대출 영업이 호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가계대출 잔액은 4조6천억원 늘어 지난해 6월 이후 1년 2개월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 대부분을 부동산경기의 회복에 따라 수요가 살아난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했다. 
 
금융 소비자들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하나은행이 연 2.4%였던 'e-플러스 적금'의 금리를 연 1.8%로 0.6%포인트나 내리는 등 각 은행들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를 핑계로 앞다퉈 예·적금 금리를 대폭 낮췄다. 그런데 막상 대출금리 인하에는 소극적이더니, 되레 대출금리를 인상해 버린 것이다. 
 
은행들은 수익성 악화 때문에 예대마진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은행지주회사의 총 순이익은 4조9천478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2조5천998억원)의 배로 늘었다. 
 
회사원 김모(43)씨는 "연 2% 초반대 예금 상품도 찾기 힘들 정도로 예금금리를 내렸는데 대출금리를 내리지 않는다니 받아들일 수 없다"며 "결국 소비자만 봉인 이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대표는 "은행들의 대출금리 인상은 결국 수익 목표를 미리 정해놓고 거기에 맞춰 가산금리를 조정한 결과"라며 "이런 행태를 보이면서 서민금융 운운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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