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중국 농업과 제주의 선택] 3. 변화 없이 경쟁 없다

한국 무역특화 상대적 열세
현지 인지도·실구매도 차이
신선식품보다 가공품 선호
소비부가가치 우위층 겨냥
시장세분화 전략 우선돼야
 
인정하기는 싫지만 한·중TFA로 인한 1차 산업 타격은 클 수밖에 없다. 1차산업 의존도가 높은 제주 입장에서도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중국의 변화 속도를 봤을 때 '이대로는 안 된다'는 판단이 너무 늦어서도 안 된다.
 
무역특화지수(Trade Specification Index: TSI)를 기준으로 한국과 중국의 농산물 교역 경쟁 관계를 분석한 결과(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13 한·중 농식품교역과 FTA 추진)를 보면 1차 산업 위기가 피부로 느껴진다. 570개 실품목(실제 교역 품목 434개) 중 중국시장 특화 한국산은 91개(중국산 343개)에 불과하다. 이중 식량작물은 밀 뿐이고, 채소류는 파프리카와 균질화 채소, 후추가 고작이다. 과실류에 있어서는 감귤과 오렌지, 유자, 과실 혼합물, 단일과실제조품 등 5개가 포함됐지만 신선이 아닌 가공제품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파악됐다. 낙농품은 전체 12개 품목 중 8개 품목이 우위로 분류됐다.
 
중국 소비자들의 한국산 농식품에 대한 선호도 조사 역시 비슷하다. 베이징과 상하이, 광저우, 충징 소비자 6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57%가 '한국산 농식품을 구매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쌀과 떡, 김치, 쇠고기, 인삼(고려삼) 등에 대한 인지도가 높았지만 실제 자주 구매하는 품목은 김치와 불고기, 음료, 주스, 라면, 주류 등 차이가 났다. 직접 수입한 농식품과 중국산 유사 농식품을 구분할 수 있다는 응답도 절반(50.2%)에 불과했다. 식품매장(39%) 외에 드라마(18%)나 인터넷(12%), TV·라디오 광고(12%) 등에서 정보를 얻는 경우가 많았다.
 
한·중TFA 등 시장 개방에 맞춰 고품질 1차 상품과 생수, 화장품 등 가공품으로 중국 소비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는 주문도 이런 분석과 맥을 같이 한다. 신선 농산물만으로는 경쟁이 어렵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인데다 타깃이나 마케팅 등 시장 공략 역시 체계적이야 한다.
 
정지형 제주발전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중국을 하나의 소비시장이라고 생각해 접근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소비 부가가치에 있어 우위에 있는 8090후안세대를 겨냥한 시장 세분화 전략이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용창 콩제주협의회장(제주시농협 조합장)은 "이번 현장 조사에서 중국 농업이 매년 무시하지 못할 만큼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제주 농업 역시 고품질·다품종·자생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시장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역 농업인들과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고 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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