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4060]14. 김정희 한라산 자연환경해설사

▲ 전업주부에서 한라산 자연환경해설사로 제2의 인생을 살고있는 김정희씨는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닌 숲속의 감성 동행자가 되는 것이 목표다. 김정희씨가 탐방객들에게 한라산의 지질과 생태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 권 기자
20년 전업주부서 첫 직장
남편 외조로 인생2막 시작
"숲속 감성 동행자"가 목표
 
"주부로만 있었으면 누구누구의 엄마로만 끝났을텐테 내 이름 세글자를 찾았습니다"
 
전업주부였던 김정희씨(48)는 결혼생활 내내 큰애나 작은애의 이름을 붙인 '누구 엄마'로 20년을 지내왔다. 엄마라는 호칭 대신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던 기억은 남편과의 연애시절때 뿐이다.
 
두 아들이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진학하면서부터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집 지키는 사람이 돼 버린 탓에 외로움과 함께 상실감이 밀려왔다.
 
신혼시절 남편의 직장 때문에 10년 넘게 서울에서 살다 제주에 내려온 터라 옛 친구들을 만나는 일도 쉽지 않아 공허함은 더욱 커졌다.
 
그러던 김씨가 '빈집 증후군'에서 벗어나게 된 데에는 남편의 역할이 컸다. 
 
평소 오름과 야생화에 관심이 많던 아내의 취미를 살려 '세계자연유산해설사' 도전을 권유하며 아내의 인생2막을 외조했다.
 
치열했던 교육생 선발과 수료 과정을 거쳐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만장굴에서 근무한 김씨는 이때까지만해도 일주일에 한 번 봉사 차원의 해설사로만 활동했다.
 
결혼 후 첫 직장은 '숲'으로 눈을 돌리면서 갖게 됐다. 지난해 4월부터 '한라산 자연환경해설사'라는 직함과 함께 어승생악과 윗세오름을 찾은 탐방객들에게 지질과 역사는 물론 생태 분야를 알려주는 일을 하고 있다.
 
오래 집안에 있던 데다 내성적이기까지 한 성격 탓에 처음에는 오해도 많이 샀다. 직장 동료와 탐방객들에게 '차갑다'는 인상을 바꾸기 위해 혼자 거울을 보며 하루에도 수십번씩 입 꼬리를 올리는 연습을 했는가 하면 마이크울렁증을 고치느라 애를 먹기도 했다.
 
사시사철 옷을 갈아입는 숲 특성상 모니터링은 기본인데다 계절과 날씨에 맞는 해설을 위해 책을 놓는 법이 없을 정도로 열정을 태우고 있다.
 
김 해설사는 "다듬어진 나를 발견하게 됐고, 해설사라는 직업이 나를 많이 성장시켰다"며 "단순한 지식을 전달하는게 아니라 사람과 자연을 만나며 숲속의 감성 동행자로 다가서고 싶다"고 말했다.
한 권 기자 hk0828@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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