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윤 제주관광대학교 호텔경영과 교수·논설위원

이제 가을은 깊어져 무더위도 한풀 겪이고 아침저녁으로 제법 바람도 차가움을 실감한다. 이 아름답고 풍성한 가을에 마냥 행복하게만 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펼치는 신문이나 TV에서 보는 뉴스는 더욱 가슴을 움츠려 들게 한다.
 
여러 가지 중에서 요즘 많은 얘깃거리를 생산하는 것이 바로 담뱃값 인상에 관한 얘기일 것이다. 정확히 얘기하면 담뱃값 인상이 아니라 담배에 대한 간접세의 큰 폭 인상일 것이다. 
 
흡연자와 비흡연자를 막론하고 비아냥거리는 소리도 많이 나온다. 아무리 인상을 해도 끝까지 피울 것이라는 다소 반항적인 목소리를 비롯해 담배를 많이 피우지 않게 정치나 잘하라는 질타의 목소리 등 많은 사람들이 헛헛해지는 가슴을 그대로 들어 내놓고 있다. 
 
날이 갈수록 살림살이는 어려워지는데 그나마 서민들의 곁을 지켜준 담배와 소주 한잔. 이것들이 서민 곁을 떠나려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오해는 마시라! 저는 흡연 찬성자도 아니며 오래전에 담배 피우는 것을 중지하고 10여년을 버티는 흡연 일시 중지자임을 밝힌다.
 
이제 담배만이 아니라 주민세, 자동차세 등을 줄줄이 인상하겠다고 하면서 증세는 아니라는 이상한 논리를 갖다 붙이고 있다. 
 
대통령 공약 사항을 이행하려면 재정이 뒷받침돼야 함을 물론이다. 그러나 증세 없는 복지의 약속! 이것을 그대로 믿는 일부 국민들도 있었겠지만 필요한 재원 확보가 용이하지 않음을 간파한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 
 
모든 사람이 얘기하는 보편적 증세를 고민해야함에도 조세 저항 없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택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져버리기가 쉽지 않다.
 
서민들은 소득구조나 세금구조를 이해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하나는 확실히 알고 있다. 바로 내 주머니가 가벼워지는구나 하는 생각이다. 
 
우리나라에서 담배는 가장 인심이 좋은 기호품 중 하나였다. 그러나 앞으로 담배는 몰래 혼자서 즐기는 이상한 존재로 남겨질 것 같은 엉뚱한 생각이들 때도 있다. 물론 국민의 흡연율을 낮추고 건강을 위한 필요 대책으로 포장을 했지만 이를 그대로 믿는 국민들은 없을 것이다. 국민 건강을 위해서는 오히려 담배 포장이나 담배 문구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사진이나 강력한 단어를 사용하여 사전 경고를 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할 것이다.
 
제주는 전국에서 흡연율이 아주 높은 지역으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이를 낮추기 위한 금연운동을 벌이고, 건강을 위한 정책들이 중앙정부와 지자체에서도 당연히 있어야한다. 
진정 국민 보건과 건강을 위한 금연정책 중에 다뤄져야할 사안으로, 특히 청소년과 임산부 등의 흡연 문제 등도 있다. 이런 당면 정책과 서민의 주머니를 노리는 얄팍한 수단이 가미된 정책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제 어깨를 움츠려 들게 하는 계절이 다가왔다. 더 팍팍해지는 살림살이가 우리를 어렵게 하고 우리를 어루만지고 보듬어야할 정부와 정치는 우리를 궁지로 더욱 몰아세우고 있다. 
 
부유층의 곳간과 서민의 곳간은 같지 않다. 부유층의 곳간은 약간 비어도 삶이 버겁지가 않지만 우리네 서민의 곳간은 틈만 생겨도 찬바람이 들이 닥치고 옷깃을 더 여미게 만든다. 
 
제발 있는 그대로 얘기를 하고 양해를 구해 그나마 찬밥 신세는 아니라는 걸 느끼게 해주면 좋겠다. 언제 제대로 국민 대접 받고 주인 노릇을 해볼까 싶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와도 춥게만 계속 느껴질 것 같은 불안한 마음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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