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제주인 17명 1일 고향 방문

▲ 4·3때 실종됐던 오빠를 만나기 위해 제주를 방문한 권경식 할머니가 행사 관계자의 손을 꼭 붙잡고 당시를 회상하고 있다. 고경호 기자
재일제주인 1세대들이 꿈에 그리던 고향을 찾았다.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주관하고 제주도가 후원한 '재일제주인 1세대 고향방문 사업'을 통해 17명의 재일제주인들이 지난 1일 3박4일간의 일정으로 제주를 방문했다.
 
타국에서 보낸 수십년의 세월만큼 이날 방문한 17명의 할머니들은 가슴 한켠에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있었다.
 
19세의 나이로 제주를 떠나야 했던 권경식 할머니(87)는 그토록 그리던 오빠를 만나기 위해 힘든 발걸음을 했다.
 
아직도 4·3 당시를 떠올리면 공포가 밀려와 그동안 고향땅을 밟지 못했지만 실종됐던 오빠의 유골이 옛 정뜨르비행장에서 발견됐다는 소식에 힘든 결심을 한 것이다.
 
권 할머니는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너무 무섭지만 이렇게나마 오빠를 만날 수 있어서 한없이 기쁘다"며 "나를 참 이뻐해줬던 오빠를 생각하며 한 순간도 고향을 잊어본 적이 없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외에도 4년 전 방광암 수술을 받고 지난 4월 위암 수술을 받은 문영자 할머니(73)와 최고령자인 김영순 할머니(95) 등이 편치 않은 몸을 이끌고 고향을 찾는 등 오랜 시간 그리워 했던 가족들을 만났다.
 
한편 재일제주인 17명은 민속오일시장 등 도내 곳곳을 둘러보고 2일에는 탐라문화제 개막식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고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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