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이제 명실공이 '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전체 인구 중 고령인구 비중을 기준으로 한 고령사회다. 
 
읍·면 등 농촌에서는 벌써 고령화로 인한 크고 작은 문제가 불거졌고, 이제는 어느 곳 할 것 없이 '노인'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됐다. 
 
60대 노인이 80대 노인을 부양하는 '노노부양'(老老扶養)이라던가 자식 없이 고령 부부 또는 홀몸 노인 가구를 상징하는 '빈둥지 가구', 황혼 육아의 그늘인 '손주병' 등 신조어에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각각이 상징하는 것도 다르다. 노노부양은 이른바 '100세 시대'가 낳은 현상이고, 빈둥지 가구는 핵가족 증가 등 사회 분위기가, 손주병은 맞벌이 부부의 확대와 노인 건강 증진이 만든 결과물이다.
 
손주병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을 달린다. 얼마 전인가 한 유명대학 연구팀은 '손주를 양육하는 할머니가 그렇지 않은 할머니보다 자녀와의 관계는 물론 삶에 대한 만족도가 더욱 높다'는 할머니 가설을 확인한 적이 있다. 할마·할빠를 위한 육아시장도 풍성해졌다. 하지만 일부는 '은퇴 없는 노년'에 대한 후유증을 걱정한다. 
 
지난해 경기도 가족여성연구원의 조사를 보면 손주를 돌보는 노인들의 경우 주당 평균 5.6일을 양육에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여성가족개발원의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2.5%가 '육아휴직제, 탄력근무제 등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면 손주 양육을 그만 두겠다'고 답했을 만큼 부담을 호소했다.
 
손주를 돌보는 것이 노후 생활 중 하나일 수 있다. '젊은 노인'이 기준이 된다면 인생 2막 새로운 일에 도전하거나 취미 등 여유를 즐겨도 무방하다. 부모의 책임이 연장된다면 사정은 또 달라진다. 사실 어떤 것도 답은 아니다. 당장은 아쉽고 또 고마운 일이지만 다음 그 자리에 내가 있을 것을 생각한다면 솔직히 답이 안 나온다. 
 
시대는 여성의 경제활동을 요구하고 있고, 노년층의 시간적·경제적 여력은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보살펴 줄 대상'이 많아지는 만큼 고민도 많아져야 한다는 얘기다. '벤자민 버튼'이 아닌 이상 누구나 '노인'이 된다. '~탓' 보단 '~덕'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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