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무·양파 등 제주산 월동채소는 생산량이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으면서도 수급이 불안정, 가격 폭이 엄청 큰 편이다.
 
이 때문에 작황이 나빠 생산량이 떨어질 때에는 이익이 농가에 온전히 돌아가는 반면 풍작일 경우 행정이나 농협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가며 산지폐기 등 시장격리에 나서는 일이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 2011년 봄배추·무 산지폐기에 각각 2억3500만원, 4억2300만원이 투입된데 이어 2012년에 월동무 시장격리에 11억원, 2013년에도 월동무 시장격리에 36억원, 양배추 시장격리에 5억3000만원이 소요됐다. 또 올해 들어서도 양파 처리에 2억6300만원이 들어갔다.
 
이처럼 월동채소의 가격을 지탱하기 위해 해마다 많은 예산이 투입됨에 따라 제주도는 지난해 5월 '제주특별자치도 밭작물 수급가격안정기금 설치 및 운용 조례'를 제정, 시행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도는 올해 처음 64억4000만원의 밭작물 수급가격안정기금을 조성하고 지난달 30일 기금관리위원회를 개최, 2013년산 저장마늘 시장격리에 40억원, 2013년산 월동무 산지폐기비용으로 9억원, 올해 농산물 수출물류비로 12억4000만원 등 총 61억4000만원을 지출키로 의결했다.
 
조례에는 제주도가 밭작물 수급가격안정기금을 300억원 이상을 목표로 연차적으로 조성하되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출연금, 농산물의 생산 또는 유통관련 생산자단체의 출연금을 재원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농협이나 영농조합법인 등 생산자단체 출연은 전무한 실정이다.
 
결국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수급가격안정기금이 전액 도민 부담으로 전가되면서 농가와 생산자단체는 무임승차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주산지 농협 등 생산자단체는 도덕적 해이라는 지적에서 벗어나 소비자들과의 상생을 위해 기금 출연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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