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석 편집국장

제주 민선 6기 지방행정과 교육행정이 오늘(8일)로 출범 100일을 맞는다. 지난 7월1일 세대교체로 출범한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와 이석문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은 50대에 당선, '젊은 제주'의 출범을 알렸다. 도민사회는 출범한 '젊은 제주'에 창의적 리더십을 발휘,행복한 제주를 가꿔줄 것을 기대했다. 
 
원 지사와 이 교육감은 도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취임 100일간 지방행정·교육행정 현안 해결을 위한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다. 원 지사는 '도민과 함께하는 수평적 협치 실현'을, 이 교육감은 '배려와 협력으로 모두가 행복한 제주교육'을 제시하면서 임기 4년을 채울 밑그림을 그리는데 주력했다.
 
원 지사와 이 교육감이 새로운 제주의 모습을 그리기 위해 100일을 보냈지만 공·과도 엇갈린다. 주요 성과로 원 지사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 감독기구 설치·운영 조례'를 제정, 탈세 온상 등 '블랙 카지노'로 변질되는 것을 막고, 지방재정 확충을 꾀하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섰다. 또 외국 자본에 의한 부동산 개발 중심의 대규모 개발사업에 제동을 걸면서 청정환경 보존에 주력하고 있다. 
 
진보 성향의 이 교육감은 지난 8월말 취임후 첫 인사를 단행하면서 교총 출신을 교육정책 실장으로 발탁하는 등 '전교조 코드 인사'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또 교육청내에 4·3평화교육위원회를 설치,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학교 현장에서의 4·3 역사와 평화, 인권의 가치를 가르치는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원 지사와 이 교육감이 '설 익은' 정책을 발표, 혼란을 부추기면서 민선6기를 성공적으로 이끌수 있을지에 대한 도민사회의 의심스런 눈길도 적지 않다. 
 
도의 대표적 정책 혼란으로 비상품인 감귤 1번과의 상품화를 꼽을 수 있다. 2014년산 노지감귤 출하시기가 임박했음에도 493곳 선과장의 선과기 교체 등 필수적인 준비는 소홀한 채 상품화 정책만을 발표, 농가·의회와 논쟁만 촉발했다. 도는 1번과(47~51㎜) 중 일부(49~51㎜)를 상품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농가·도의회가 전체의 상품화를 요구하자 결국 준비·홍보 필요성을 내세워 내년 9월로 유예했다. 
 
이와함께 임기내 제주 경제규모(GRDP)의 25조원 시대를 열겠다는 제주경제 활성화 정책방향도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제시되지 않아 회의론 마저 제기된다. 
 
이 교육감의 공약사항인 '고교체제 개편' 및 '9시 등교'정책도 마찬가지다. 현 초등학교 6학년부터 적용될 고교체제 개편 심의위원회 설치·운영규칙을 지난달 25일 발표했지만 정책 변화의 필수적인 개편방향은 도민의견 수렴 이후로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면서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9교시 등교도 맞벌이 부부의 자녀관리 어려움 및 방과후 활동을 제약할 우려가 크다는 일선 학교장의 반대에 부딪치자 내년 초등하교를 시작으로 단계적 시행을 밝혔다. 
 
원 지사와 이 교육감이 취임 초기 의욕적으로 추진한 정책이 삐걱 거리는 것은 부작용을 예상치 못하는 공직사회의 일방통행식 정책결정 사고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감귤 1번과 상품화'와 '고교체제개편' 등에 따른 혼란이 예고됐지만 공직사회 위주로 강행하려는 고정관념이 남아 있는 탓이다. 
 
원 지사와 이 교육감이 취임 100일간 겪었던 혼란을 임기내 한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성장통'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정책결정 시스템을 관에서 민으로 이동시키는 내부 개혁이 선결돼야 한다. 도지사·교육감의 눈치를 보면서 공직사회가 정책을 결정하면 '말만 앞서는 변화'란 비판에 직면한다.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란 고사성어가 있다. '태산이 떠나갈 듯이 요동하게 하더니 뛰어나온 것은 쥐 한 마리 뿐이다'는 의미로, 말만 떠들썩하게 하고 결과물은 보잘것 없음을 비유한 것이다. '도민과 함께하는 수평적 협치 실현', '배려와 협력으로 모두가 행복한 제주교육'이란 목표가 화려한 미사여구로 그치지 않도록 실천하는 지방행정·교육행정으로 체질을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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