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황병서 명의 전통문, '적극적 대화 의지'로 해석돼
1차 고위급접촉부터 靑 전면에…통일부 위상 축소 우려

총정치국장으로 북한군을 대표하는 황병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4일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참석한 이래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북한 국방위 사이의 '핫라인'이 굳어지는 양상이다.
 
북한은 지난 7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남북 함정 간 상호 총격이 오간 직후 황병서 명의의 전화통지문을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앞으로 보내 '긴급 단독 접촉'을 제의한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사실 황 부위원장과 김 실장은 지난 4일 만남이 처음이었지만, 당시 오찬회담을 하고 폐막식 참석에 이어 정홍원 국무총리를 면담하면서 귀엣말을 나눌 정도로 친근감을 보였다. 
 
특히 북한에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을 제외하고 최고의 권력자라고 할 수 있는 황 부위원장이 청와대에 직접 접촉을 제의했다는 점은 남북간 현안을 대화로 풀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동안에도 북한 국방위가 청와대 안보실에 통지문을 보낸 적은 있지만 황 부위원장 명의로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남북 함정 간 총격이라는 위기 상황에서 접촉을 제의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북한이 대화에 적극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황 부위원장의 통지문을 시작으로 남북간 의견 조율을 거쳐 15일 남북간의 군사 당국자 접촉이 성사됐다. 
 
남북 양측의 최고권력기구 간 의견 교환에 따라 성사된 접촉답게 남쪽에서는 예비역 중장인 류제승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이, 북쪽에서는 국방위 책임참사 자격으로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수석대표로 나섰다. 
 
과거 장성급 회담의 수석대표가 소장이었다는 점에서 국방장관회담을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급의 군사접촉이 이뤄진 셈이다.
 
남북 현안에 대한 안보실과 국방위 간의 직접 대화는 지난 2월 1차 고위급접촉이후 본격화됐다. 
 
당시 북한 국방위는 청와대 안보실에 전통문을 보내 고위급 접촉을 전격 제안했고 남북은 이후 외부에 비밀에 부친 채 물밑 접촉을 통해 접촉 개최에 합의했다.
 
또 1차 고위급접촉에는 남측에서 김규현 국가안보실 1차장이, 북측에서 원동연 노동당 통일전선부 부부장이 수석대표로 나섰다. 북한 매체는 당시 대표단을 '국방위 대표단'으로 호명했다. 
 
남북은 첫 고위급 접촉에서 ▲남북관계 개선 ▲상호 비방·중상 중단 ▲ 이산가족 상봉 진행 등 3개 사항에 합의했고 추후 서로 편리한 시기에 고위급 접촉을 이어가자고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김 1차장은 지난 13일 대북 전통문을 발송해 제2차 고위급 접촉을 오는 30일 갖자고 제안했다. 
 
또 1차 고위급접촉 이후 북한 국방위는 3월과 9월에 탈북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항의하는 전통문을 안보실 앞으로 보내오기도 했다.
 
과거 정부의 한 전직 고위관료는 "북한은 항상 대통령과 소통이 가능한 청와대 고위인사가 남북간 회담에 참여하기를 원한다"며 "북한은 앞으로 열리는 고위급 접촉은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제1위원장을 대리해서 열리는 회담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청와대 안보실이 남북대화에 직접 나서면서 대북업무를 담당하는 통일부의 위상이 축소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통일부 당국자는 16일 황병서 부위원장의 전통문에 '긴급 단독 접촉을 갖자'는 제안이 들어있었다고 밝히며 '황병서가 김관진 실장을 만나자는 거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가 나중에 정정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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